경총, 도급 안전관리 정책 문제점 담은 보고서 발표
"과도한 의무, 불명확한 책임영역에 현장혼란 가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 사망자 감소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경총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급시 안전관리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23일 발표했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도급인(원청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한 법이 사망재해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의무와 불명확한 책임 영역에 따른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통계를 인용해 중대재해처벌법 우선적용 사업장에서 사망재해 감소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우선적용 대상은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비 50억원 이상 건설현장 등이다.

이들 우선적용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는 2022년 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에서 지난해 250명으로 2명이 늘었다는 것이 경총의 설명이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만 적용된 50인·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고 사망자가 2021년 435명에서 지난해 339명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50인·50억원 미만 사업장 역시 지난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고 있다.

경총은 사고 사망자 가운데 하청노동자 비중이 꾸준히 40% 이상으로 나타났고 그 비중이 절반 수준인 48.1%까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 노동부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통계. ⓒ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은 도급시 안전관리 정책의 문제점으로 △과도한 도급인 의무와 책임 △불명확한 도급인 규정에 따른 혼란 △법원의 과도한 도급인 판결 △산재예방 역효과와 기업인 처벌 증가 등을 꼽았다.

경총은 "법에 따라 도급인의 안전관리 책임이 대폭 강화됐지만 모든 수급인 작업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도급인에게 강제하고 있다"며 "원청의 안전보건활동이 하청노동자 보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재 발생 위험이 없는 사무·서비스 등 도급업무와 관리에 한계가 있는 사업장 밖 도급업무까지 원청 책임으로 규정해 도급인의 인력과 예산이 고위험작업에 집중투입되지 못한다는 것이 경총의 설명이다.

또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내용만으로는 도급과 발주의 구분이 어렵다"며 "도급인 책임 영역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법원 역시 이같은 현장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건설공사 사망사고에 대해 사건마다 엇갈린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법관이 법률상 문언 의미를 넘어 과도하게 도급인으로 해석해 안전관리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의도하지 않은 법 위반이 중대산업재해로 이어지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또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안전 선진국은 도급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인 의무를 도급인에게 대신 부여하지 않는다"며 "한국만 유일하게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도급인과 수급인 모두에 부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경총은 도급인과 건설공사 발주자를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 세이프타임즈
▲ 경총은 도급인과 건설공사 발주자를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 세이프타임즈

경총은 도급정책 개선방안으로 △도급인·발주자의 명확한 개념 구분 △도급·수급인(하청)에 맞는 의무와 책임 구체화 등을 제시했다.

경총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을 사업의 일부 또는 공사의 전부를 타인에게 맡긴 계약, 건설공사발주자를 건설업 등록 및 시공자격이 필요한 건설공사를 도급 준 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급인은 △수급인 지도·감독 △수급인 간 협력·조정 △수급인에 정보 제공을 맡고, 수급인에게 △도급인의 조치에 참여·협력 △안전보건조치를 위한 지원 요청 등의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기존 도급인 중심 안전정책에서는 하청노동자 보호와 사망사고의 획기적 감소 모두 기대하기 어렵다"며 "실효성 있는 도급정책을 위해 안전관리의 책임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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