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 평의 끝에 38일 만에 잡힌 윤석열 선고 기일
갈등수습하고 질서 회복하는 길은 윤석열의 파면 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4일로 발표된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과 안국역 일대에 경찰차벽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4일로 발표된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과 안국역 일대에 경찰차벽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선고 기일이 4월 4일로 잡혔다. 변론이 끝난 지 38일 만이고, 탄핵소추 의결서가 제출된 지 111일 만이다. 역대 대통령 탄핵 사건 가운데 가장 긴 평의 기간이다.

헌재의 평의가 길어지면서, 대한민국은 엄청난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휩싸였고, 안팎으로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늦었지만 선고 기일이 잡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일 더 늦어졌다면 우리 사회는 법치가 아닌 '자연법의 상태'에 이르렀을지 모를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평의가 길어질수록 온갖 억측과 불확실한 정보가 사회를 지배했다. 추측에 근거한 분석만 난무했다.

먼저 재판관들이 '만장일치' 의견을 도출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선고 이전에 내려진 결정이 이런 추측을 불러왔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지검장 등 검사들에 대한 탄핵 결정이 8대0 만장일치로 나왔기 때문이다.

▲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서십자각 인근 차도가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 참가자들로 채워져 있다. ⓒ 연합뉴스
▲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서십자각 인근 차도가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 참가자들로 채워져 있다. ⓒ 연합뉴스

3월이 지나고 4월이 다가오면서 헌재 재판관들 간의 갈등설이 불거져 나왔다. 일부 재판관들이 심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설도 나돌기 시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기각 결정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기각 5, 인용 1, 각하 2명이 나오면서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정치권과 윤석열 그리고 사법부의 전·현직 고위층들이 연결된 이른바 '사법 카르텔'이 작동하면서, 헌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이런 '사법 카르텔'에 대한 의구심은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의심은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는 여러 형태로 증폭되고 왜곡되면서 확증편향을 심화했고, 이런 편견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에 대한 증오로 표출되고 있다.

광화문 일대는 탄핵 찬반 집회가 벌써 몇 달째 이어지고 있고, 정치는 완전히 실종 상태다. 대통령의 권한대행들은 헌재가 결정한 사안을 버젓이 무시하면서 헌법 질서를 유지해달라는 이율배반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해서 뚜렷한 이유나 명분도 없이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산불까지 겹치면서 민심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리던 기각 결정을 내리던 이후 심각한 갈등이 지속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각 결정이 내려져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파면된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파장과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 헌법재판소 변론 기일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 변론 기일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 연합뉴스

협력이 제대로 안된다는 이유로 국회를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며 군대를 동원해 '척결'하려고 시도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를 침탈했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여당 대표까지 '수거대상'에 포함시켰던 잔혹성을 가진 인물이 대통령 직무에 복귀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국민들은 목숨을 건 저항에 나설 것이고, 광주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에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과연 있을까.

헌재의 심리는 단순히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정치적 판단도 포함된다. 헌재는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와 함께 우리 사회의 민주적·법적 질서 회복이라는 대의명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파국을 막는 것은 파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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