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30분쯤 긴급 담화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30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30분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령은 국회 본회의 의결에 의해 150분여 만에 해제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 야당은 지난 8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며 "상상에 기반을 둔 괴담 선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근거를 제시하라"며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에 해당"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도 '내 귓 속 도청장치', '국민을 바보로 아는 괴담', '근거 없는 군불', '음모론 지피다 역공 받는다' 등의 제목으로 야당을 비판했다.

야당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반발 이후에도 "확실한 제보가 있다"며 주장을 고수했지만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지난 9월 열렸던 국방부 인사청문회에서도 김용현 장관은 "국민이 계엄을 용납하겠냐"며 "우리 군도 나도 계엄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시대가 용납하지 않는다며 "거짓 선동하지 말라"던 김 장관은 정작 이번 계엄령을 제안한 주체로 확인됐다.

괴담 혹은 음모로 끝나는 듯했던 계엄령 선포는 이렇듯 의혹 제기 3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 탄핵 시도로 행정부 마비"

3일 오후 10시 30분,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를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 1시간 만에 계엄사령부가 설치,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긴급 국회 소집 명령을 내렸다. 국힘은 소집 과정에서 한동훈 대표는 국회로,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사로 소집 명령을 내리는 등 혼란을 빚었다.

군경은 일체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계엄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이미 국회 내부에 있는 의원들을 저지하기 위해 무장 군인들이 창을 깨고 본청에 진입하는 등 충돌도 발생했다.

그러나 결국 한동훈 대표 등 국힘 의원 18명과 민주당 의원 172명이 재석한 가운데 4일 오전 0시 48분쯤 개의된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은 오전 4시 30분쯤 국회 뜻을 받아들여 계엄령을 해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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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와 시위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김은서·이유찬 기자

◆ 민주당 "즉각 퇴진 않으면 탄핵 돌입"

민주당은 "계엄을 해제한다 해도 내란죄를 피할 수 없다"며 "즉시 하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무장한 군인을 동원해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댄다는 현실이 믿어지시나"며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의 실질 조건을 전혀 안 갖춘 불법·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정계에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치적 자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4일 오후 12시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 대통령 사퇴 촉구·탄핵 추진 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계엄에) 한 번 실패해 다시 시도할 것이지만, 더 큰 위험이 있다"며 "북한을 자극하고, 휴전선을 교란해 무력 충돌로 이끌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 유지를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의 인권을 유린하는 비상계엄이 부족하다면 그들은 국민의 생명을 갖다 바칠 것"이라며 "경각심을 가지고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정의당 역시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계엄 후폭풍 … 여당 "내각 총사퇴, 대통령 탈당 요구"

한동훈 대표는 4일 오전 "오늘의 참담한 상황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며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관련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외교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내각 총사퇴와 국방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 요구 등 3가지를 사태의 후속 대응책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첫 번째와 두 번째 안에 대해선 뜻이 모여졌지만 세 번째 안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어 의견을 더 들어보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21명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며 계엄 사태에 대한 강력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위원장들은 "대한민국은 헌법 질서를 준수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군 통치는 전시를 제외하고 결코 허용될 수 없다"며 국민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탈당과 국무위원 전원 사퇴, 국방부·행안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대통령이 탈당을 거부할 경우 윤리위원회 회부와 출당 조치를 요구했다.

◆ 대통령실 참모진·국무위원 일괄 사의 표명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는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위원에게까지 큰 여파를 줬다.

대통령실은 4일 오전 "대통령실 실장과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일괄 사의를 표명하기로 참모진과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의 표명은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진 여론 악화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무위원 전원도 사의를 표명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무위원들이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국무위원 19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대통령실에 도착, 오후 9시쯤 국무회의가 열렸다.

한 총리 등 국무위원 대다수가는 계엄 선포안이 심의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다수는 계엄 선포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의 생각이 너무나 확고해 뜻을 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위원들의 최종 거취는 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릴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진 간 회동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한덕수 총리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국민 앞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불안이 크실 줄 안다"며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이번 사태의 모든 과정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결정이 여권 내부에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참모진과 국무위원 전원의 사의 표명으로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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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경찰이 국회에 출입하려는 모든 사람을 통제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김은서·이유찬 기자

◆ 외신, 한국 민주주의 위기 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서남부 아프리카 앙골라 방문 중 한국 계엄령 사태를 보고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예박물관 앞에서 미국과 앙골라 관계의 미래에 대한 연설을 진행한 후 취재진 질문에 "방금 브리핑을 받았다"고 답했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 정부의 계엄 선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실시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최악의 정치적 오류"로 규정하며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한국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윤 대통령이 북한 위협을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이는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명분 없는 조치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또 서울 시위대가 윤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는 상황을 전하며 이번 사태가 한국판 '1월 6일 의회 폭동'으로 비유될 정도로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한국 대통령의 기괴한 과잉 반응"이라며 "계엄령 발동은 국제 사회에 충격을 주었고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치적 반대파를 북한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는 전례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비상계엄령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며 전국적으로 규탄 집회를 열었다.

노동계와 학생단체들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윤 대통령 탄핵 투쟁에 돌입했다.

◆ 금융시장 혼란 … 대응책은 ?

계엄령 선포 소식은 국내 금융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선포 직후 한때 1446원까지 상승했다. 4일 오전 코스피는 전날 대비 1.8% 하락한 수준에서 개장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전 7시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시장 안정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단체들은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산업부는 1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긴급 실물경제점검회의를 진행,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경제산업 상황과 에너지 수급 등 관련 사항을 점검·논의했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도 긴급회의를 열고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은 회장 주재로 긴급 임원 회의를 열었다. 농협금융도 은행장 주재로 시장 상황 대응 회의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계엄이 빠르게 해제된 만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빠르게 해제된 만큼 미친 영향도 단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야 6당,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6개 야당은 4일 오후 2시 43분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야6당 의원 191명 전원이 참여했다.

민주당 등은 5일에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한 뒤 6∼7일에 이를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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