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논설위원
▲ 한상권 논설위원

병가(病暇): 병으로 말미암아 얻는 휴가.

오늘은 병가에 대한 세대 차이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일하다가 손가락을 다쳤다'고 주장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5일의 유급병가와 병원 치료비, 교통비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

사업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하다가 다쳤다면 당연히 산재보험을 통해 요양급여(치료비)를 받을 수 있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 처리 절차가 복잡하다고 생각했던 점도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사업장에서 다친 직원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일주일 동안 푹 쉬고 출근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쉬는 걸 (keep)해 놨다가 원할 때 나눠서 쓸게요. 우선 2일 쉬고 3일은 다음에 쉬겠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의 깜짝 놀랄 만한 대답에 유씨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

자신이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몇 번을 더 확인하고 나서야 아르바이트생이 실제로 요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정확하게는 다음주 화·수·금요일에 출근하면 결과적으로 휴가를 2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3일은 해 두었다가 다음에 사정이 생기면 쓰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며칠 후 아르바이트생은 1주일의 휴가를 더 요구했다.

"드레싱은 풀었지만 손가락이 완전히 낫지는 않았어요. 1주일만 더 휴가로 해주세요. 제가 일을 안 하고 싶어서 안 나가는 게 아니잖아요."

이래도 되는 것인지, 아르바이트생의 요구 사항은 유씨를 공황 상태로 내몰았다.

추가로 병가를 요구하는 입장에서 증거라고 보여주는 손가락에는 아주 작은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다.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유씨는 아르바트생의 요구를 거절하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생이 서운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악덕 사업주가 된 게 아닌가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사실 사업주의 병가 지급은 의무가 아닌 재량의 영역이라는 걸 몰라서 괜히 일을 키운 것이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유씨였다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사실 사업장 내에서 다치면 산재신청을 하고 요양급여를 받는 게 정상적인 업무 절차이고, 원칙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경미한 경우에는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 상호 합의를 한 상태에서 사업주가 책임지는 공상처리를 할 수도 있다.

보통 사업주는 무급처리를 하는 게 원칙이고 급여를 받지 못한 직원은 산재 요양급여를 수급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이미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부담하고 있고,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고의로 은폐하려는 경영자를 방지하고자 하는 게 법의 취지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MZ세대의 무리한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하기 보다는 원칙이 무엇인지 잘 알고 그에 맞는 대응으로 설득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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