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를 넘어 학교·군대까지 확산하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제재근거도 마련해야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지인은 최근 자신의 딸은 물론이고 아는 이들에게 SNS에 올린 사진은 물론 '프사(프로필 사진)'까지 삭제하라고 당부하고 다니느라 바쁘다.
SNS에 무심코 올린 사진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악용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사실 사진만 있으면 합성이 가능한 딥페이크 범죄는 누구든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서울대에 이어 인하대에서도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하대 재학생의 사진을 도용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무려 1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가에서 이런 성범죄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우후죽순처럼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제작되고 유포되고 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여성 군인을 상대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현역 군인들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이 대화방에는 한때 900명이 넘는 인원이 가담했지만 현재는 '폭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군인을 대상으로 그것도 가입자를 군인으로 제한했다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군 조직에서 그 수치심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동료가 잠재적 성범죄 혐의자라는 의심을 품으며 사는 것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또한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자 10명 가운데 3명이 미성년자라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이런 피해에 대한 대응은 미온적이다. 국방부는 여군 대상 텔레그램 대화방과 관련해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입장일뿐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대비책 마련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국회에서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피해현황 조사와 함께 피해신고센터와 상담소를 운영하고 적발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현행 법에는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제작해 유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2020년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딥페이크 음란물을 허위영상물로 규정해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 900여 장을 만들어 유통한 A씨는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고, 2년간 1000여개에 이르는 아동·청소년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한 B씨도 역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는 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유통한 음란물을 소유하거나 시청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음란물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수요자이자 공범자라는 점에서 동일한 수준의 처벌이 이뤄져야 범죄를 근절할 수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파벨 두로프가 전격 체포됐다. 명확한 혐의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텔레그램 부실 관리가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보안성이 강한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 마약 밀매, 가짜 뉴스 확산 등 각종 부작용이 있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력한 보안성 때문에 텔레그램은 우리 사회에서도 유해 콘텐츠 확산과 익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딥페이크 사건은 물론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독일과 브라질에서도 앱 삭제와 벌금 부과 등 텔레그램에 대한 제재가 이뤄졌다. 한국 정부에서도 이런 강력한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해 콘텐츠를 제거하고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가 마련돼야 하고, 플랫폼에 대한 법적 조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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