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영 세이프타임즈 전문위원·공인노무사
▲ 이선영 세이프타임즈 전문위원·공인노무사

1조7845억원.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당한 근로대가도 받지 못하는 공짜·약탈노동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

임금체불 보도가 쏟아져 나오자 노동부는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수차례 공표했다.

노동부는 임금체불 통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피해 근로자 구제에 소홀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임금을 받지 못하면 노동자의 생계유지에 직접적인 위협이 발생한다. 임금체불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에 신속·간이하게 구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를 대신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사업주에게 받아내는 사후구제 절차인 이대지급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종전에는 근로자가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고 사업주로부터 받은 통장 입금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고, 체불과 금액이 인정되면 간이대지급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체불금품확인원을 발급했다.

4대보험 등에 가입되지 않은 사각지대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받았던 입금내역 등의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면 신속한 권리구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7월부터 간이대지급금 지급 요건이 강화됐다. 노동부가 내부 규정을 통해 보다 엄격하게 변경, 논란이 일고 있다.

4대보험 가입 등 내역서, 국세청 신고 소득금액 증명서 등과 같이 공적기관에서 받은 자료제출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만 확인원을 발급받을 수 있다.

확인원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객관적 자료로 통장 입금내역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4대보험 가입내역 등의 공적기관에서 발급한 서류가 필요하다.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회사가 자선가도 아니고 일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몇 차례에 걸쳐 정기적으로 돈을 보낼 리가 없지 않은가. 통장 입금내역도 임금체불 객관적인 자료로 충분하지 않을까.

4대보험 신고가 되지 않은 노동자 대부분은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한다. 지불능력이 없는 사업장이나 인사노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업장이기에 노동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입금 내역을 객관적 자료로 인정하지 않는 노동부의 기준 강화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사실상 간이대지급금 지급을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규정변경이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들을 신속하고 간이한 절차에 따라 권리를 구제해 주고자 하는 간이대지급금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노동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근로자들을 오히려 사회안전망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 이선영 전문위원 △한양대 졸업 △노무법인 정평 공인노무사 △기획재정부 알리오 경영공시 점검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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