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8시 26분쯤 전라북도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5월 15일 강원 동해 북동쪽 해역에서 발생한 4.5 지진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4.5 이상 지진이다. 육지 발생으로는 2018년 2월 11일 경북 포항 북구 북서쪽 4㎞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 이후 6년 만이다.
지진의 진앙은 북위 35.70도, 동경 126.72도로 깊이는 8㎞ 상당으로 추정됐다.
지진 발생이 잦지 않아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호남지방에서 처음으로 규모 4.0 이상 강진이 발생하면서 지진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고취되고 있다.
◆ 첫 지진 이후 여진 17회 발생
12일 오전 8시 26분 부안의 첫 지진 이후 17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규모 0.6∼3.1로 규모 2.0 이하의 미소지진이 많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오전 5시 30분 기준 시설물 피해 신고는 277건이 접수됐으며 전날 오후 집계 159건 대비 100건 이상이 늘었다.
화장실 타일·유리창·벽체 손상과 문이 제대로 개방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대다수였다.
국가유산에도 피해가 발생해 내소사 대웅전과 구암리 지석묘군, 개암사 석가여래삼존불상 등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 전북도 최초 4.0 이상 지진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계기 관측 기준 역대 16번째로 큰 지진이자 전북도 최초 4.0 이상 지진이다.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큰 지진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규모 4.0 이상 지진은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기에 전북도는 비교적 지진 안전지역으로 생각됐다.
따라서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의 활성단층 조사 계획에서도 가장 후순위로 밀렸다. 호남지방과 제주는 2032년부터 조사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지진 발생이 드물던 지역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기상청은 "부안은 아직 단층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 지진 발생 지역에 정보가 파악된 단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시적으로 지층에 누적된 응력이 해소되면서 변화가 일어나는 단층 활동이 동반하는 진동에 지반이 흔들리는 것이 지진인데 부안엔 특정하게 명명된 단층이 없어 명확한 원인 분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우선 해당 지역의 단층 운동을 분석한 결과 단층면을 따라 수평하게 이동한 주향이동단층 운동의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호남권 지질 조사는 2036년에야 완료
행정안전부는 이번 지진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지진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발령된다.
앞서 정부는 2016년 9월 규모 5.8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사업을 시작해 5단계에 걸쳐 국내 활성단층 지도를 만들고 있다.
현재 영남권 대상 1단계 조사를 끝내고 한반도 중서부와 중남부 단층을 조사하는 2단계 조사를 2026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3단계(호남권)와 4단계(강원권) 조사까지 완료되는 시점은 2036년으로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 한반도의 정확한 단층 정보 파악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 동쪽이 일본 쪽으로 끌려갔고 한반도가 과거보다 3㎝ 정도 넓어졌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지반이 약해지면서 지진이 빈발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학계에선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최대규모를 6.5~7.0으로 분석하는데 규모 7.0은 기상청의 지진 계기관측 시작 이래 최강 지진인 경주 지진(규모 5.8)보다 63배 강한 위력이다.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호남지방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이상 향후 상황을 주시하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