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으로 끝난 21대 국회 아쉬움 남긴채 마무리
야권 더 강해진 22대 국회 민심과 여론에 따라야
채 상병 특검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는 민심을 외면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여당에서 공개 찬성한 의원이 5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여당의 '표 단속'이 성공한 셈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필사적으로 '방어'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대통령은 낙천·낙선 인사들을 직접 만나 사실상 표 단속에 나섰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물론 윤재옥 전 원내대표까지 발로 뛰며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했다.
국회 표결 과정을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들은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여당을 규탄했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인 해병대 출신 예비역들은 "너 넨 보수가 아니야"라고 울부짖었다.
정쟁으로 점철된 21대 국회가 이렇게 마무리됐다.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 부결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21대 국회 마지막 날 전세사기특별법 등 5개 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대통령실은 5개 법안에 대해 여당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물리적으로 21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제 22대 국회가 시작된다. 22대 국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여야의 대립각이 벌써부터 가파르다.
야당은 22대 국회 1호 안건으로 채 상병 특검법의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했다.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 상황이 다르다. 여권의 이탈표가 8표만 나온다면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일단 채 상병 외압 의혹 사건은 공수처로 공이 넘어갔지만, 수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외압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어, 오히려 특검법 도입의 명분은 더 커지고 있다.
'VIP 격노설'은 사실상 정설로 굳어지고 있고, '외압의 정황'도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 조사 기록 이첩 당일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세 차례나 직접 통화했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정황 증거는 더 폭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이 경우 특검 실시에 대한 여론은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여권 내의 역학관계 변화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취임 초기 여당 대표를 마음대로 결정하고, 사실상 공천에 강력히 개입했던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반대로 안철수, 나경원 의원 등 대통령으로부터 '배제'됐던 인사들은 당 내 영향력이 오히려 강화됐다. 특히 친윤계의 영향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마땅한 대선주자조차 없는 구도는, 여당도 더 이상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처럼 강력한 '단일 대오' 유지가 힘들 것 이란 의미다.
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외에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주가조작 의혹에 이화영 전 부지사 술자리 외유 의혹도 특검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시작될 야권의 거센 '특검 공세'를 대통령실과 여당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결국 '여론'과 '민심'을 읽고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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