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 세이프타임즈
▲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 세이프타임즈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지난 2월 8일 국회가 이 장관의 탄핵 소추를 의결한 날로부터 167일 만이다.

헌재는 사전 예방조치 의무, 사후 재난대응, 국회에서의 사후 발언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이 장관이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고 결과에 따라 직무 정지 상태인 이 장관은 즉시 장관 직무에 복귀한다.

▲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 오승은 기자
▲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 오승은 기자

헌재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재난 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심판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우선 다중밀집사고 예방에 대해선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구청·용산경찰서 등이 사고 위험성을 이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청인구이 사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미리 취할 것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미흡에 관한 문제와 관련해선 "재난안전통신설비의 신규 도입·교체는 단계적으로 이뤄졌다"며 "피청구인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후 재난대응 조치와 관련해서도 "참사 직후 중대본·중수본을 적시에 설치하지 않고 실질적 초동대응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지적에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다"고 발언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헌재는 해당 발언에 대해 "전체적으로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장관을 탄핵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청구인은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와 협력 요청을 계속했다"며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김기영 등 세 재판관은 이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은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별개 의견을 냈다. 다만 이들 모두 이 같은 잘못이 이 장관을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재판관 9명 전원이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결론에 합의했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청구가 기각된 25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승은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청구가 기각된 25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승은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상민 장관 탄핵 사건 선고 직후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책임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헌재의 결정은 내 이웃의 생명이 빼앗겨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대한민국이 무정부상태임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159명의 목숨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에 대해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이후 고위공직자 누구도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퇴하지 않았다"며 "공직에 연연해서 물러나지 않은 부끄러움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하라"고 말했다.

최선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은 이 장관에 대해 "장관이라면 부모라면 청춘들이 쓰러져 가는 곳에 당신의 존재감을 보였어야 한다"며 "정부가 더이상 안전을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특별법을 꼭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마지막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공식 사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문책과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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