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개표 조작이 일어났다는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던 폭스뉴스가 개표기 업체 도미니언에게 1조원을 배상하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투·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이 폭스뉴스에 제기한 16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양측은 폭스가 7억8750만달러(1조391억원)를 배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배상액은 폭스의 지난해 매출 140억달러의 5%, 현금 보유분(40억달러)의 20%에 달하는 거액이다. 미 명예훼손 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의금이기도 하다.
도미니언은 지난 미국 대선 직후 폭스뉴스가 도미니언의 투표기 관련 기술이 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허위 주장을 전파해 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6억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폭스뉴스는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고 보도 활동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의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장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미국에선 언론사에 명예훼손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고 언론과 출판 등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가 있었기 때문에 도미니언이 승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폭스뉴스가 도미니언에게 1조원의 배상금 지급에 합의하게 된 이유는 폭스뉴스 경영진과 제작진들이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믿지 않으면서 방송에선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정황이 담긴 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 이들의 고의성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도미니언의 변호인은 "거짓말엔 대가가 따른다"며 "2년 전 엄청난 거짓이 도미니언과 미국에 심각한 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폭스뉴스 관계자는 "도미니언에 대한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한 법원의 판결을 인정한다"며 "정정 보도나 사과 방송을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