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지배구조.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 삼성그룹 지배구조.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삼성생명이 고객이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7일 "삼성생명은 2012년부터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주주와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ESG 경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이 최상층에 위치하고 아래로 계열사들을 소유하는 식으로 이뤄져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의 31.3%, 삼성생명 지분의 19.1%, 삼성전자 지분의 4.8%를 소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거미줄처럼 얽힌 전형적인 한국 재벌가의 그룹 지배구조를 보여준다. 오너 일가가 삼성그룹 전 계열사에 걸쳐 광범위한 경영권을 손에 쥔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과거 순환출자로 이뤄진 구조보단 조금 나을진 몰라도 여전히 구시대적인 방식"이라며 "기업의 주인은 주주인데 주주의 이익보다는 오너 일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대한민국 최대 보험사로 자산규모가 314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31조원(10%가량·시가 기준)은 삼성전자 주식으로 소유하고 있다.

최근 국회는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른바 삼성생명법)을 논의하고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내(취득원가 기준)로 소유하도록 제한돼 있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 부분을 매도해야 한다.

이는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삼성가에서 삼성생명법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삼성생명은 오래전부터 건전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해왔다. 2012년부터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왔고 지난해 ESG 보고서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해 ESG 보고서에선 '지배구조 건전성 확립'을 9개 약속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세부 실천과제로는 주주권리보호 강화, 주주·투자자와의 소통 강화 등을 들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스스로 제시한 목표인 지배구조 건전성의 근본적 문제는 바뀌지 않고 있다"며 "매년 내놓는 ESG 보고서는 공허하고 의미없는 말들의 나열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보험금 부지급률(0.87%)이 생명보험업계 평균(0.79%)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객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험금이 삼성그룹의 불건전한 지배구조 유지에 쓰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말로만 ESG 경영, 투명금융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며 "경영진이 선제적으로 계열사, 임직원을 설득하고 국회와 금융위원회에 협조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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