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1000조가 넘는 예산을 집행해 소위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질시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옳았고 그들의 방식은 세상의 모범처럼 보였다. 그런 미국이 제46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3일 실시된 대통령선거는 아직까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는 승패와 관계없이 의회, 연방법원까지 가는 장기전도 불사하겠단다.

아무리 미국의 선거제도가 독특하다지만 미국이라는 환상이 총체적으로 무너지는 느낌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에게 투표하는 게 아니다. 각 주별로 할당된 538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이다.

워싱턴DC를 포함해 51개 주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은 그 주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다. 직접선거와 간접선거가 묘하게 혼합된 제도다.

선거인단이 이긴 후보 말고 다른 후보를 뽑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 반대 후보가 아닌 경선에서 진 후보나 엉뚱한 사람에게 투표한다. 아직은 선거인단 선거에서 승리후보가 뒤바뀐 적은 없다.

그러나 자칫 예상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면 또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해결한다. 피곤한 일이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연방제 국가다. 그래서 각 주마다 헌법이 있고 주 방위군도 보유한다. 때문에 연방정부는 각 주의 선택을 매우 존중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우리에게는 좀 낯선 선거제도가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를 교묘하게 모방한 방식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1972년 유신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통일주체 국민회의라는 기구다. 조국통일의 정책에 관한 국민의 주권적 수임기관이라는 거창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대통령선거의 거수기구로 이용됐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체육관 선거를 만들어낸 단체다. 통일주체 국민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다. 국민들의 신임에 역행하는 무리수가 얼마나 큰 오점을 남기는지 몸소 가르쳐 주고 말이다.

예로부터 임금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물론 가짜 뉴스다. 겉으로는 백성위에 군림했던 임금도 백성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그의 권력도 사상누각이었다. 하물며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국민이 국가의 하늘이고 국민이 지도자를 생산한다. 그러한 천륜을 거스른 지도자는 국가의 하늘인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흙탕 싸움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민주주의의 표본이었던 국가도 권력욕 앞에서는 삼류국가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국민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나라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도 소위 선진국이었던 나라들의 맥없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더 이상 그들은 우리의 롤 모델이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가 필요이상으로 겸손했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 말로 값싼 '국뽕'이 아니다.

권력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역사이래로 권력싸움은 항상 피비린내를 불러 일으켰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평화적인 정권교체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제3공화국과 5공화국을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갇히고 고문당하고 죽어나갔는가.

결국은 민주시민들의 피와 투쟁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가 지금 소중한 꽃을 피우고 있다. 태평양 건너에서 서로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사람들의 싸움을 보면서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2항을 떠올려본다.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미국의 대권싸움이 참으로 가소롭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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