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 한투증권

지난달 한국투자증권 본사 지하 전산실에 합선이 발생해 트레이딩 시스템에 접속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산시스템 오류는 지난달 8일 오후 4시쯤 발생해 다음날 오전 7시 15분이 돼서야 정상 복구됐다. 무려 15시간이 넘는 '전산 먹통 사태'였다.

7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한투증권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 손실을 보더라도 손절매를 할 수 없었고 추가매수도 할 수 없었다. 주가가 상승할 때도 매도하지 못해 수익기회를 상실하기도 했다.

내 돈을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상황에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정일문 한투증권 사장은 지난달 9일 사과문을 내고 "불편사항을 접수해 주시면 성실히, 그리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투증권의 실제 보상기준을 보면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한투증권의 '온라인 거래 장애 발생 시 보상기준·절차'에는 "전화기록·전산시스템상에 주문 로그가 남아있는 주문 건에 한해 보상이 가능하다", "주문기록이 없을 경우 보상하지 않는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투자자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 등을 매도하겠다고 미리 주문을 해두지 않는 이상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현실을 무시한 기준과 절차다.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의 보급으로 스마트폰 앱에서 몇 번의 터치로 즉시 주문이 가능한 시대기 때문에 사전 전화 주문으로 매도 의사를 밝히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한투증권 투자자들은 "접속조차 되지 않는데 어떻게 매도 의사를 밝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한국투자증권 온라인 거래 장애 발생 시 보상기준·절차.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한투증권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접수 안내문 역시 소극적인 대처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해당 안내문은 "9일 동시호가에 매도해 손실 확정된 건에 한해 보상 가능하며 12일까지 접수된 건만 보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투자자에게는 고작 4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해외 체류 중인 투자자는 모르고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이러한 구시대적인 보상기준으로 피해배상을 하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금전적 손실은 물론, 소중한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 정식적 피해가 극심한 상태"라며 "집단소송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산 장애 피해보상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증권사·거래소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기각되거나 제한적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2017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90분간 전산 장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 2심에서 빗썸이 2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며 전산 장애로 인한 손실을 법리적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심지어 한투증권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는 무려 15시간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전산 장애가 생겨도 금융당국에서 증권사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한투증권은 고객 친화적인 피해보상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