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피해자·시민단체 '조정안 무산' 기자회견

 

▲ 6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피해에 대한 기업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 손윤희 기자
▲ 6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피해에 대한 기업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 손윤희 기자

"소비자를 죽고 다치게 한 제품을 판매한 것도 모자라 10년간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들을 괴롭힌 옥시와 애경은 또다시 무책임한 살인기업의 면모를 내보이고 있다."

6일 서울 광화문에 봄은 왔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시민단체에는 여전히 한파가 불었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보상 조정위원회가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기업 옥시와 애경산업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등 7개 업체는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옥시와 애경은 조정위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최종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서면 의견이 제출돼 조정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이들은 "옥시와 애경은 피해자들에게 미흡한 조정안마저 거부했다"며 "조정위원회는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기업이 참여토록 추가적인 조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태종 유족은 "가장 많은 살균제를 판매한 두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한 것은 파렴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옥시는 영국계 다국적기업으로 매일 세계 200개 나라에서 2억명이 넘는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한다"며 "옥시제품으로 죽고 다친 한국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애경은 서울 서대문 홍대 앞에 엄청난 크기의 본사 사옥이 있고 전국 곳곳에 AK프라자와 AK백화점을 운영한다"며 "정작 애경 제품으로 죽고 다친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옥시와 애경은 전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운데 신고된 0.8%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조차도 책임지지 않겠다며 자신들이 참여했던 사회적 합의 기구인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하고 있다"며 "기업이 끝내 거부할 경우 최종안 내용을 피해구제법에 반영하는 등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태종 유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손윤희 기자
▲ 김태종 유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손윤희 기자

그는 "많은 피해자는 조정안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0~10세 피해자를 상정해 최대 액수를 산정하고 있는 점, 현재까지 들어간 병원비 등 경제적 피해는 물론 미래의 병원 치료비와 병간호비를 고려할 경우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조정이 무산되면서 7000여명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가해 기업들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은 더 막막해졌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조정위가 6개월간 양측의 의사를 듣고 내놓은 조정안에는 피해자 유족에 2~4억원, 최중증(초고도) 피해자들의 나이에 따라 최대 5억여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9개 기업이 이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최대 9240억원 수준이다. 가습기살균제 판매율이 가장 높은 옥시는 절반 이상, 애경도 수백억원을 분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 기업은 피해 보상 총액과 각 기업이 분담해야 하는 비율, 조정안의 피해 보상 기준, 조정안에 따른 피해 보상의 종국성 담보 문제 등을 들며 조정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옥시는 "이미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3640억원을 지급했다"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애경은 "조정위 발표 전에 구체적인 회사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힌 상태다.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손윤희 기자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손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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