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계속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 심각
강대강 대치 정부와 의사 환자 고통 감안해 대화에 나서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간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을 전공의들의 복귀시한으로 정하고 시한을 넘길 경우 행정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을 파악해 의사면허 정지처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파악된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는 7854명에 이른다.
정부의 강경방침에도 의료계의 반발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서울의 주요 수련병원에는 매년 3월 충원되던 인턴과 레지던트가 거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새로 인턴이 될 예정이었던 의대 졸업생들이 인턴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여기에 교수진을 돕는 가장 중요한 의료 인력인 전임의들마저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속출하면서 의료현장의 공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의대 증원 신청이 마감되면서 이제는 의대 교수도 거세게 반발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강원대 의대 교수 10명은 대학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삭발을 감행하는가 하면, 충북대병원의 심장내과 의사도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3주째로 접어든 의료공백은 이제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은 50%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응급환자를 상태에 따라 가려 받고 있다. 외래 진료 역시 20% 이상 감소했다.
정부는 정해진 절차대로 전공의와 주동자에 대한 처벌 수순을 이어가고 있고, 현장을 떠난 의료진들 역시 꿈쩍하지 않고 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 모두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도 의사도 한 발씩 물러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필수의료 패키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근무시간 축소, 전문의 중심 병원 구축 등 전공의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꾸준히 요구했던 수가인상 문제도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확보도 없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10조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의사들이 일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의료인력 증원규모를 정한 것도 면밀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성급하게 추진한 면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 역시 전면 백지화만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대화에 나서야 한다. 과거 집단행동에 들어갈 때는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등 필수 의료인력은 남겨놓았지만, 이번에는 필수인력조차 모두 철수하는 비도덕적인 선택을 했다.
전공의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생명이 오가는 긴급한 의료현장을 지켜야 가능할 것이다. 정부와 의협의 대화가 어렵다면 여러 전문가들이 같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새로 만들어 논의하는 방법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의사들의 강대강 대치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환자와 국민들이다. 갈등해소를 위한 대화채널을 한시라도 빨리 가동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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