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테러 언급하며 언론 겁박했던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결국 사퇴
이종섭 '호주런' 비례대표 갈등 등 여전히 악재남은 여당 수습 난감

▲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MBC 기자를 향해 회칼 테러를 언급하며 협박에 가까운 망언을 했던 황상무 시민사회 수석이 결국 사퇴했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지 엿새 만이다.

황 수석의 사퇴는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여당의 거센 사퇴 요구가 결국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황 전 수석의 발언은 과연 민주국가의 정부 인사가, 그것도 정부에 대한 감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언론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수준의 발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발언의 당사자가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황 전 수석이 언급한 회칼 테러 사건은 1988년 중앙경제신문 기자였던 오홍근 기자를 상대로 저지른 정보사 군인들의 테러 사건을 지칭한다. 군사문화 청산을 주제로 쓴 칼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행된 테러는 대북한 첩보활동을 하는 군인들이 실행했다.

▲ 1999년 국정홍보처장 당시 외신 기자회견을 하는 오홍근 처장 ⓒ 연합뉴스 자료사진
▲ 1999년 국정홍보처장 당시 외신 기자회견을 하는 오홍근 처장 ⓒ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은 오홍근 기자에 대한 테러를 세 가지 형태로 준비했다고 한다. 하나는 가족에 대한 테러, 또 한 가지는 퇴근길 살해, 마지막은 출근길 폭행. 마치 적대 국가의 제거 대상에 대한 테러 작전을 연상하게 하는 끔찍하고 잔혹한 수준이다.

언론인을 대하는 태도는 그 국가의 대 언론관이나 민주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여당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지만 황 전 수석의 발언이 '법적 문제가 없다'며 버티던 대통령실은 결국 총선판 전체가 흔들린다는 위기의식에 결국 한발 물러서고 말았다. 하지만 이 해프닝은 윤석열 정부의 대 언론관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도가 되지 않으면 '테러'가 됐든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됐, 권력과 공권력을 통해 '말을 잘 듣는' 언론으로 순화하겠다는 비 민주적 시각이 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황 전 수석의 발언이 가능했던 것은 이런 분위기가 대통령실에 '존재'하는 지배적 의식이고, 사퇴 요구가 빗발쳐도 '법적 문제가 없다'며 고작 넉 줄짜리 사과문 한 장으로 무려 엿새 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던 이유이자 배경이기도 하다.

민심에 기대야 하는 총선이 없었다면 과연 황 전 수석의 사퇴가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황 전 수석이 사퇴했다고 해서 총선의 분위가 바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전히 여당 입장에서는 악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 이종섭 주호주대사 ⓒ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종섭 주호주대사 ⓒ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런'으로 회자되는 이종섭 전 장관의 대사 임명도 그렇고 한 달이 넘도록 접점없이 계속되고 있는 의료공백도 부담이다.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지도 않은 인물을 무리하게 해외 공관장에 임명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고, 여당의 요구에 판박이처럼 '법적 문제가 없다'며 귀국을 시키지 않는 것도 그렇다.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퇴로'조차 없이 무조건 수용만을 고집하는 정부의 유연성 없는 태도에 대해서도 여론이 곱지만은 않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그에 따른 비난이 의료계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의중대로 움직이던 여당이 대통령실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강하다는 것이고, 결국 민심이 반영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에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황 전 수석의 사퇴가 과연 민심을 수습할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회칼보다 더 두려운 것은 어쩌면 '뚝심'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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