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천안공장에서 지난해 3명의 노동자가 여성암으로 숨졌다. ⓒ 세이프타임즈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액정표시장치(LCD)제조라인 생산직으로 일하던 노동자가 지난해 마지막 날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세의 나이로 입사해 13년 동안 삼성디스플레이 LCD제조 노동을 하던 고 박미영씨는 유방암의 발암요인으로 지목된 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직업성 암'에 대한 산업재해 심사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5일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천안공장에서 일하던 박씨(38)는 지난해 말 유방암으로 숨졌다.

박씨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천안공장에선 2021년 9월 A씨(39세)가 유방암으로, 지난해 10월 B씨(38세)가 자궁경부암으로, 지난달 19일 C씨(57세)가 난소암으로 숨졌다. 지난해에만 3명의 노동자가 여성암으로 숨진 것이다.

박씨는 2003년 천안공장에 입사해 13년간 LCD제조라인 생산직(오퍼레이터)으로 일했다.

LCD제조라인은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폐된 '클린룸'으로 오퍼레이터들은 환기되지 않는 공간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앞에 두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상 야간 교대근무도 잦았다.

반올림 관계자는 "박씨는 발암물질인 감광제와 유기용제, 성분을 알 수 없는 각종 영업비밀 물질 등 화학물질이 즐비한 컬러필터공정과 모듈공정 등에서 일을 해왔다"며 "유방암과 연관성이 높은 엑스선 방식의 정전기 제거장치로 인해 방사선 노출 위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방암 산재 인정 사례를 살펴보면 10년 안팎의 비교적 짧은 근무기간에도 3교대 등 강도 높은 야간교대근무와 화학물질, 방사선 등의 복합적 영향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이유였다"며 "그렇다면 산재 인정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재발방지를 위해 힘을 써야 하는데 여전히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입사 13년째인 2016년 10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가족력은 없었다.

암은 계속 악화됐고 박씨는 2021년 6월 퇴사했다. 박씨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반올림에 직업성 암 산재 신청 상담을 문의하는 등 산재 신청을 준비했다.

그러다 박씨는 산재 신청 직전 숨졌다. 6년 투병생활 끝에 38세 나이로 숨을 거뒀다.

박씨의 사망으로 당사자의 산재 신청은 불가능해졌다. 다만 유족이 원한다면 유족급여 신청 등으로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박씨의 산재 신청을 함께 준비한 반올림 관계자는 "산재 신청 서류를 다 준비하고 마지막 검토만 남겨뒀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최근 남편이 전화를 받아 박씨가 숨졌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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