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유지되는 의료악법을 개정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30만명을 넘었다.

현행법상 의사는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 관련 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형법상 어떤 중죄를 지어도 의사 면허는 박탈할 수 없는 사실상의 '종신 면허제'로 운영되고 있다. 

의사 성범죄는 갈수록 증가해 경찰청의 '전문직군별 강간·강제추행 피의자 입건 현황'에 따르면 교수, 언론인, 변호사 등을 큰 차이로 제치며 2016년 이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 검거현황을 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611명이 성범죄로 검거됐고 그 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의사 자격이 정지된 경우는 거의 없다.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문직이 형사범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집행유예, 선고유예 포함) 받으면 전문자격 결격 및 등록 취소 사유가 된다. 사람의 신체를 직접 대면해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 특성상, 의사는 어떤 전문직보다 높은 윤리적 기준이 적용돼야 함에도 오히려 특권을 누리고 있다.

살인, 강도,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박탈·중지하는 법안이 지난 20년간 20여 차례나 국회에 발의됐지만, 의협(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모두 폐기됐다. '처벌이 과도하다" "이중처벌이다" "발의한 의원의 낙선운동을 하겠다"며 국회에 대한 협박과 집단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가 성범죄 등 금고 이상의 범죄시 의사 면허를 정지·박탈한다. 우리나라는 의사 범죄이력 조차 공개하지 않으니, 나를 진료하는 의사가 성범죄 전력이 있어도 알 길이 없다. 그사이 환자를 상대로 하는 의사의 성폭력, 성추행, 불법촬영 등의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의료법상 의사 면허 규제 사유는 의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등에 그친다. 안전한 진료라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의사 면허 관리를 상식적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최근 의대정원 확대 논란에서 보듯이, 의사집단은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정부에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무소불위의 특권세력이자 괴물이 돼버렸다.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서둘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공공의대와 공공병원 설립 및 실효적인 지역의사제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이 시민사회의 지지와 함께 다시 한번 힘있게 추진돼야 한다.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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