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화재사고가 또 발행했다. 소방엔지니어에게 화재사고는 마치 나 자신의 실수와 잘못처럼 여겨지기에 참으로 괴로울 때가 많다.
21일 제천 스포츠타운 화재참사로 29명이 사망하면서 일부 언론의 화인 분석 보도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무엇보다도 일반적인 화재사고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화재발생시각도 주간이었다. 사람들이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1층 주차장이었기에 정상적인 화재라면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문점은 22일 접한 한 CCTV 영상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CCTV 영상을 보면 1층 주차장 천정에서 불꽃이 보이는 순간 곧바로 공간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면서 엄청난 화염과 다량의 농연이 분출되는 것이 확인된다. 즉 화재를 인지한 시점에서 미처 피난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험한 화재의 한 형태로서 생각해오던 '천정화재'로 보여진다.
2014년 5월 26일 오전 9시 1분쯤 고양종합터미널 창고에서 용접작업중 튄 불꽃이 건축자재 등에 옮겨 붙으면서 8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부상을 입은 화재사고와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만일 발화지점의 주차장에 천정이 있는 구조라면 밀폐공간으로 돼 있을 것이다. 특히 주차장과 같이 외부에 노출된 구조의 천정은 단열재가 부착돼 있는데, 대부분 우레탄폼과 같은 형태의 가연성물질을 많이 사용한다. 내부에 설치된 배관의 보온재도 가연성재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천정내부에는 공간체적에 비해 가연물의 양이 꽤 많은 편이었을 것이다.
만일 전기단락이나 공사중 화기작업에 의해 불씨가 천정내부의 가연물에 착화될 경우 발화가 시작되지만 공간내부가 밀폐돼 있어 화재를 인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공간체적이 작아 화재시 열축적이 용이해 천정내부의 온도는 매우 빠르게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연소에 필요한 공기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불꽃이 거의 없는 형태의 연소로 매우 느리게 진행됐을 것이다.
밖에서 볼 때는 발화상황을 전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진행되지만 천정내부의 높은 온도에 의해 열분해된 가연성가스는 이미 공간내부에 가득차 있었을 것이다. 이때 천정의 일부가 열에 의해 소손되면서 탈락 등으로 구멍이 뚫리게 된다. 그곳을 통해 연소공기에 필요한 산소가 천정내부로 유입되면서 순식간에 화재가 커지게 된다.
천정 구조물이 순식간에 파괴되면서 급격한 공기유입에 의해 화염이 바깥으로 분출하게 된다. 이때의 화염과 연기의 강도는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상층부에 있던 거주자들에게는 갑작스런 화재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발화지점의 주차장에 천정이 없는 구조라면, CCTV영상처럼 화염이 급격하게 분출된 것으로 보아 우레탄폼단열재와 같이 연소성이 매우 강한 단열재료가 도포돼 있었을 것으로 조심스레 추정이 된다. 이같은 유사한 예로 고양터미널 화재사례를 들 수 있다.
은폐된 천정이든, 노출된 천정이든 '천정화재'가 위험한 이유는 화재로부터 발생한 열에너지가 손실없이 천정에 축적되면서 연소를 더욱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바닥의 가연물에 착화되는 일반적인 화재는 열에너지가 위로 상승하면서 상당부분 냉각되기 때문에 연소속도가 그리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반면 천정에 착화될 경우의 연소속도는 매우 빠르게 성장한다.
천정이 있는 구조라면 화재는 천천히 진행하다 바깥으로 불꽃이 확인되는 순간 폭발적으로 연소한다. 더구나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화설비도 천정화재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천정내부에는 화재감지기를 거의 설치하지 않게 때문에 초기에 화재를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그동안 지적됐던 가연성 외벽 마감재의 문제점, 스프링클러설비, 소방차의 진입로 확보, 피난설비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화재자체의 다양한 형태에 따른 위험성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에 맞는 디테일한 대응기술의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여용주 공학박사ㆍ소방기술사 =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방재공학 석사과정에 출강하고 있으며 서울시 성능위주 설계 평가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방실무핸드북>, <소방시설설계개론>, <수계소화설비공학>, <연기제어공학>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