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승객과 선원 267명을 태운 대형 카페리선 퀸제누비아2호가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에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좌초 지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지점에서 약 45㎞ 떨어진 해역이었지만 해경과 승무원,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 덕분에 단 한 명의 중상자 없이 전원 구조됐다.
21일 목포해경에 따르면 여객선은 사고 지점에서 1600m 떨어진 방향 전환 지점을 실행하지 않고 항로를 이탈해 무인도에 충돌하듯 좌초했다. 이는 운항자의 태만과 매뉴얼 위반이 빚어낸 명백한 인재로 드러났다.
해경은 사고 당시 좁고 섬이 많은 위험 해역에서 퀸제누비아2호가 자동항법장치를 해제하지 않고 운항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항해를 맡은 일등항해사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이들을 긴급체포하고, 관련 법규상 위험구간에서 조종 지휘 의무를 위반한 60대 선장도 입건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해상 교통 안전을 책임지는 목포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항로 이탈을 인지하지 못한 책임론에 직면했다.
VTS는 수백 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항로를 이탈하는 사실은 물론, 좌초된 사실조차 일등항해사의 신고를 받고서야 후속 조치를 취했다.
해경 수사팀은 항해 속도를 고려할 때 정상 항로를 이탈해 좌초될 때까지 2~3분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보고, 관제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성윤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장은 "관제 업무를 책임지는 입장으로써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관제 미흡을 시인했다.
서해해경청 또한 "많은 여객을 실은 여객선의 관제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 사고를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관제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에서 해경의 대응은 세월호 사고 때와 초기부터 달랐다.
해경은 사고 직후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탑승자 전원에게 구명조끼 착용을 전파했다. 이어 경비함정 17척, 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등 가용 자원을 모두 출동시켰다.
배가 왼쪽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으나 경비함정은 신고 접수 21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은 '일단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선(先)구조 후(後)신원 파악' 원칙을 적용하며 매뉴얼을 유연하게 적용했다.
승객들은 선박 후미 차량 출입구에 대기한 구조정을 통해 릴레이 방식으로 옮겨졌으며, 사고 발생 4시간 35분 만에 승객 전원 구조가 완료됐다.
또 퀸제누비아2호의 선원 21명 전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선원들이 먼저 탈출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구명조끼 착용을 안내하며 끝까지 선내를 지켰다. 승객들 역시 안내 방송에 따라 동요하지 않고 어린이와 임산부, 노약자부터 순차적으로 이동하는 등 침착한 대응을 보였다.
특히 사고 당시 차량과 화물 적재 한도 준수와 고박(화물 고정 작업)이 규정대로 이뤄져 선체 쏠림을 막고 전복을 면한 것 역시 대형 참사를 막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고 여객선을 운영하는 씨월드고속훼리는 사고 발생 20여 시간 만에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안전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해경은 향후 선박 운항자의 개인적 과실뿐 아니라 근무 체계, 감독 체계, 관제 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