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전문의들 "사용법 숙지 안하면 심각한 부작용" 한목소리
회사 홈페이지에 부작용 주의 문구 숨기듯 표기 책임회피 '의혹'
유명 유튜버 후원 명시 … 에디터모집 '후기조작' 의혹도 불거져
아모레퍼시픽이 블로거,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에게 소위 광고 협찬 등의 '뒷광고'를 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화장품 업계 선두권 주자로 '세계 톱10' 반열에 오른 대기업의 '준법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이프타임즈가 단독보도한 '이니스프리 레티놀 부작용 논란 외면 의혹'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홍보담당 A부장이 기사 수정을 요구하는 과정과 후속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이니스프리는 이 제품을 "트러블의 시작부터 각질(79% 감소), 모공(19.2% 감소), 잡티흔적 케어(19.2% 감소) 등 매끈한 피부결 관리 저자극 고효능 앰플"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손상피부 장벽 개선(102%)과 붉은기를 감소(86%)한다며 마치 의약품을 연상하는 광고도 과감히 하고 있다.
본지의 후속 취재를 종합하면 SNS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피부과 전문의들은 "레티놀이 함유된 화장품에 대한 사용법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이같은 부작용은 '쏙 빼고' 바이럴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본지 취재팀이 이니스프리 제품 부작용에 대한 사실을 홈페이지에서 확인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다. 회사 측은 상세정보에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사용부위가 붉은 반점, 부어오름, 가려움증 등의 이상 증상이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전문의 등과 상담할 것. 상처가 있는 부위 등에는 사용을 자제할 것."
피부과 전문의가 지적한 부작용과 대동소이한 내용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부작용에 대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 비판을 넘어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니스프리 대표 최민정(48)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부문장에 이어 종속회사 에스쁘아 대표를 맡기도 한 인물이다. 이니스프리는 모양만 아모레퍼시픽 자회사일 뿐 서경배 회장(63)과 김승환 대표이사(57)가 이끄는 회사다. 2010년 아모레퍼시픽 사업부에서 별도 종속회사로 전환했지만 마케팅과 홍보업무 등 모든 업무를 아모레퍼시픽이 주도하고 있는 사실상 같은 회사로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월 온라인광고 상세페이지에 광고 문구를 잘못 기재한 사실이 서울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적발돼 광고업무 2개월 정지라는 제재를 받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최근에도 화장품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기에 기업의 준법경영 시스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A부장은 본지 단독 보도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니스프리는 의사나 전문의에게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고 홍보하지 않는다"며 기사 수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의사에게만 뒷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기에 충분했다. A부장은 "5만9000여개에 달하는 후기가 소비자의 호감과 제품응원 후기"라며 부작용 논란에 대한 해명은 끝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팀이 확보한 증거들은 홍보팀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구독자 72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한 뷰티 유튜버는 홍보 영상에서 유료 광고라고 적시하고 효능과 사용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명백한 상업적 광고 행위로, 바이럴 마케팅의 전형적인 형태다.
바이럴 마케팅은 법규제 테두리 밖에서 제품 사용 시 부작용 등을 숨긴 채 긍정적인 점만을 부각해 소비자의 오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빈 박스 마케팅'으로 허위 후기를 조작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했고, 2020년에는 유튜버 '뒷광고'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이니스프리 그린어스와 그린 프로슈머 등 대외활동 프로그램 역시 바이럴 마케팅의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이 프로그램들은 참여자에게 활동비, 상품권, 인턴십 기회 등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며 제품 홍보를 유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모레퍼시픽 논란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모레퍼시픽 홍보팀은 단독 보도 이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사의 사실관계에 대해 해명하며 유선상으로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A부장은 기사에서 문제 삼은 '레티놀 시카 앰플'은 고효능 제품이 아닌 '가장 순한 제품'이며, 부정적인 후기는 '전체 6만 개 중 비중이 매우 적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자에게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거듭 질문했으며, '정확한 답변을 위해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2보 - 8월18일] 세이프타임즈는 취재 과정에서 '녹취 가능성' 등으로 부당한 취재 압력을 느꼈지만, 취재 노트를 확인한 결과 그런 의도가 확실치 않은 것으로 보여 이와 관련된 내용을 수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알림] 세이프타임즈는 아모레퍼시픽이 이니스프리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는지 본격적으로 확인하고 대응할 방침입니다. 또 이번 보도를 계기로 준법경영을 외면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뒷광고'를 전면 해부하는 취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취재에 나섭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보도를 방해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공론화할 방침입니다. 소비자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02-953-0119, 이메일 safebod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