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된다고 하더니 최근의 흘러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보안전문가들 사이에 "한동안 너무 침해사고 없이 조용한 것이 큰 사고가 날 때가 됐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었는데 실제로 사고들이 터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내 최고 통신사 SK텔레콤에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 정보 유출 사태는 기존 사고들과는 그 차원이 많이 다르다.
기존의 정보 유출 사고들이 단순한 정보 즉, 전화번호, 주민번호, 아이디, 비밀번호 등으로 이루어져 있던 것에 반해 스마트폰의 핵심 중 핵심이라는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해커가 훔쳐간 유심정보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복제해 대포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정보들을 이용해 본인인증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즉, 해커가 유출된 정보를 이용해 타인의 계좌에 있는 돈을 훔치거나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는 등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정도가 다르다.
그런 전차로 정작 이 사고로 난리가 난 곳이 있으니 바로 금융회사들이다. 금융해킹으로 이어져 고객들의 계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 때문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KT나 LG U+와 달리 SKT가 최근 2년간 정보보호 투자비를 감액하는 등 정보보안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물론 충분히 지적할만한 내용이다. 경영진의 정보보안에 대한 무관심이 해킹사고의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SKT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는 부분은 따로 있다. 솔직히 실망하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바로 SKT가 대기업으로서 고객들을 대하는 자세다.
SKT는 '유심보호서비스' 부가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고객들에게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마디로 알아서 가입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일일이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친절히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유심이라는 심각한 정보가 유출됐고, 고객들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기업으로서 고객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고객들에게 일일이 상세하게 안내해야만 한다.
'유심보호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알아서 가입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SKT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동으로 가입시킴으로써 고객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로 인해 생기는 일부 고객들의 예상되는 불편함까지도 SKT가 책임지고 가져가야만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고객들을 위하는 기업의 자세다.
어느 국민도 사고의 발생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들은 어느 기업도 사고의 발생을 100% 방지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진심으로 고객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원하는 것이다.
대체 언제가 되어야 그런 모습을 보이는 기업을 볼 수 있을지 안타깝게도 아직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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