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주민들 SK본사 '삭발' 시위

▲ 충남 예산군 주민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박다영 기자
▲ 충남 예산군 주민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박다영 기자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SK 본사 앞.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 50여명이 조곡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표정은 마치 전쟁터에 나온 듯했다.

예고된 집회 시간이 되자 주민들은 "산업단지 면적을 50만㎡로 축소하라"고 연호하기 시작했다.

삭발투쟁까지 예고하며 마을 주민들이 상경한 이유는 왜일까?

충남 예산군과 SK에코플랜트는 신암면 조곡리에 140만6455㎡ 규모의 조곡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산업단지 조성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환영해야 하지만 업종이 문제였다. 

주민들은 3만2000㎡ 규모의 폐기물처리시설이 함께 들어온다는 소식에 반대주민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결사반대를 시작했다.

장동진 위원장은 "가을걷이가 남아있는데 만사를 제쳐놓고 서울까지 왔다"며 "산업단지·폐기물처리시설 건설로 주민 생존권을 짓밟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충남 예산군 주민들이 산업폐기물매립장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 박다영 기자
▲ 충남 예산군 주민들이 산업폐기물매립장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 박다영 기자

SK에코플랜트는 11일 공문을 보내 "예산군민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단지계획을 변경하겠다"며 "폐기물처리시설 건설을 계획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 위원장은 "산업단지 면적을 줄이지 않는다면 폐기물처리시설은 언제든 다시 들어설 수 있다"며 "산업단지 면적을 50만㎡ 규모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상 폐기물 발생량이 연간 2만톤 이상으로 면적이 50만㎡ 이상인 산업단지는 폐기물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미선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주민들이 본사까지 와서 집회하겠다고 하니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유보지로 남겨두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난개발과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민이 소수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씨는 "박정희 정권은 고소득층의 투자와 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로 모두가 잘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나라를 위해 도로 내고, 송전탑 지을 땅 다 내줬지만 우리는 여전히 힘들다"고 호소했다.

주민 이모씨는 "얼마 전 암 선고를 받았지만 여기까지 왔다"며 "SK는 돈 욕심 버리고 산업단지 건설을 포기하라"고 말했다.

▲ 장동진 조곡산단반대주민대책위원장이 조곡산업단지 취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박다영 기자
▲ 장동진 조곡산단반대주민대책위원장이 조곡산업단지 취소를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 박다영 기자

장 위원장 등 주민 3명은 조곡산업단지 취소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일부 주민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들은 "조곡산단 결사반대, 폐기물처리시설 결사반대, SK는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주민들은 SK에코플랜트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말만 하지 말고 산업단지 규모를 50만㎡ 미만으로 줄이는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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