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지속된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은 슈링크플레이션, 저가플레이션 등의 용어들을 만들어냈다. 유럽에선 제조업체가 소비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을 올린다. 이번엔 스트레치플레이션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스트레치플레이션은 제품 무게를 늘리는 동시에 더 큰 가격 인상을 적용하는 기법이다.
슈링크·저가·스트레치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제조업체들의 새로운 가격 인상 기술은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란 뜻의 영단어 shrink와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단어다.
상품 가격을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봉지는 빵빵한데 내용물은 빈약하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질소과자라는 용어 역시 슈링크플레이션의 한 예다.
겉으로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격을 올리지 않은 착한 기업 이미지를 유지하며 실제 소비자 부담은 늘리는 방식이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이에 대해 비난이 일자 저가플레이션 현상이 등장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은 제품 용량 표기 등 의무로 쉽게 탄로날 위험이 있다. 소비자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아챌 수 있다는 한계를 극복한 가격 인상 전략이 저가플레이션이다.
저가플레이션은 슈링크플레이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가격을 낮춘다.
이러한 기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 역시 '눈속임'이라고 지적한다.
가격 인하는 제조 과정에서 저렴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원료를 사용해 이뤄진다.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원재료와 성분 함량 등을 교묘히 조작해 저품질의 상품을 같거나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가격 인하에만 몰두한 나머지 검증되지 않은 원료를 사용해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전략은 도덕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등장한 스트레치플레이션은 얼핏 가장 정직해 보인다.
인플레이션 시국에서 가격을 유지할 수도 저품질·저가 정책을 펼 수도 없으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도 늘려주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매 전략을 수행하는 일부 기업에서 제품 무게 증가분에 비해 가격 인상률이 과도하게 높았다.
영어로 늘리다를 의미하는 stretch와 인플레이션이 결합한 스트레치플레이션이 등장한 이유다.
한국에선 아직 비슷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프랑스 식품 업계는 이 전략을 애용하고 있다.
지난 5월 한 제빵업체는 무게가 400g인 상품 용량을 460g으로 올리면서 가격은 2.93유로(㎏당 7.33유로)에서 3.99유로(㎏당 8.67유로)로 올렸다.
지난달 말엔 벨린(Belin)사의 인기 과자 모나코 에멘탈 가격이 1유로(1496원)에서 1.29유로(1931원)로 29% 올랐다. 이 과정에서 용량은 100g에서 110g으로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모나코 에멘탈은 한국에선 쿠팡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100g x 8 제품이 3만7700원, 100g x 10 제품이 6만8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판매 가격 설정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권한"이라며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용량도 일정 정도 늘이는 것이 최선의 타협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