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란 조직이 환경·사회·거버넌스 이슈를 잘 관리해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ESG 경영과 관련한 최고의 관심은 단연 ESG 평가다.
국내외 많은 ESG 평가기관들은 자신들이 만든 평가지표에 따라 지표별로 점수를 매기고, 총점을 가지고 기업별로 순위를 정하고(Ranking), 순위를 기반으로 기업별 등급을 매겨서(Rating) 공개하거나, 평가 결과를 투자자나 투자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평가기관의 ESG 평가 결과가 자본시장에서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되는 경향이 점점 강화되면서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ESG 경영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자신들의 ESG 성과를 빈틈없이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중소기업들 또한 ESG 경영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한 이유는 공급망 ESG 경영 때문이다.
공급망에서 ESG 경영을 촉진하는 활동이 ESG 평가 항목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고 있고, 이런 이유로 국내 대기업 및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활용해 중소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과 거래 관계에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에게 ESG 경영은 생존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규제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중소기업을 만나서 ESG 경영 도입과 관련한 고충을 듣다 보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가 ESG 전략 수립이다. ESG 전략 수립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인력과 예산이 늘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ESG가 고려되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ESG 전략은 조직 전반에 걸쳐 ESG를 조직 운영에 통합시키고, 조직 문화에 내재화시키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면 ESG 전략 수립 활동의 핵심은 무엇일까?
조직이 어떠한 주제나 이슈와 관련하여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그런 주제나 이슈를 잘 관리하기 위한 우선순위과제(Priorities)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 같다. 우선순위과제는 조직 내에서 선택돼야 한다. 선택(Choice)이라는 말은 조직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해야 할 과제를 각종 분석과 논의를 바탕으로 조직이 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순위과제는 통상 이슈 중요성 평가를 기반으로 만들어 진다. 중요성 평가는 각종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 설문조사나 인터뷰 결과 분석, 전문가 자문이나 경영층의 논의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다.
다만 어떤 이슈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Financial Materiality)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Impact Materiality)도 고려하는 이중 중요성 평가(Double Materiality Assessment)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 도출한 중요이슈(Material Issues)와 관련한 우리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반영하여 ESG 우선순위과제를 만들면 된다. 모든 ESG 이슈를 포함시키는 과제를 수립한다면 이는 이미 우선순위과제가 아닌 것이고, 전략과 거리가 먼 것이다.
우리 조직이 잘 관리하면 우리 조직을 포함해 경제, 환경, 사람(Economy, Environment, People)에게 미치는 효과가 큰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우리 조직이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제대로 기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경영 환경을 고려한 중요 ESG 이슈를 찾아 우선순위과제로 정하고 ESG 경영을 수행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 이현 논설위원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신한대 ESG혁신단장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비상임이사 △ESG혁신네트워크 설립자 겸 검증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