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떠안고 있는 회생기업 관련 부실채권이 올해 들어서만 2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보유한 회생기업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452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1.2%(2380억원) 급증했다. 회생기업은 법원에 회생 신청 이후 인가받은 기업을 말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고정이하여신은 부실채권을 구분하는 잣대로 쓰인다.
은행은 대출채권 상태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구분하는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떼인 돈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부실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고금리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실물경제가 위축돼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했고 금융비용도 뛰면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회생 인가를 받으면 신용대출 원리금의 대부분을 탕감받는데도 부실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고금리 상황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실이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이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기업은행은 회생기업 부실채권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매각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분기마다 부실채권을 매각해 건전성을 관리한다.
기업은행은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1748억원 규모의 회생기업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2249억원)의 77.7% 수준으로 올 4분기 추가 매각을 감안하면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생기업들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원래 높은 수준이기도 하고 인가받은 이후 무이자와 원금의 최대 7~80% 감면받은 상태에서 변제를 시작한다"며 "현재 연체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매출이 감소하고 운영자금이 부족한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