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사·무선사업자에 막대한 비용 지불하며 독점 유지'
1910년 록펠러의 석유 제국을 멸망시킨 미국 반독점법의 칼날이 구글을 향하고 있다. 약 25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인 적 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겨냥해 제기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시작됐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엔진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주장하고 구글은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비용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은 첫 재판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소송은 미국 검색엔진 시장의 약 90%를 장악한 구글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다툰다.
법무부는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00억 달러(13조3000억원)를 사용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미 정부를 대리하는 케네스 딘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인터넷의 미래와 구글의 검색 엔진이 의미 있는 경쟁에 직면할 지에 관련됐다"며 "구글이 경쟁자를 차단하기 위해 기본 독점권을 요구했다는 것을 증거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2010년 독점 기업이 돼 현재 온라인 검색 시장의 89%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밝힌 딘처는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한다"며 "지난 12년간 구글은 일반 검색에서 독점권을 남용해왔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주 정부는 구글이 휴대전화와 웹브라우저에서 미리 선택된 옵션이나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되는 대가로 스마트폰 제조사, 무선사업자들에게 수십억원을 지불함으로써 불법적으로 독점권을 유지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이어 구글이 경쟁사를 저지하기 위해 기본 검색엔진 설정 계약 사용을 "무기화했다"며 애플을 그 예로 들었다.
구글이 애플로 하여금 컴퓨터나 휴대전화와 기타 기기의 기본 브라우저로 구글보다 나은 옵션을 추구하는 것을 막아 시장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이 2002년 사파리 검색엔진에 구글 사용을 처음 허가했을 때는 돈도 필요 없고 독점성도 요구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3년 뒤 구글이 애플에 접근해 수익공유 약정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이 2007년 사용자들이 구글과 야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 화면을 제공하기를 원하자 구글이 이메일을 통해 "기본 검색엔진에 배치가 안 되면 수익 분배도 없다"고 했다며 "이것은 독점자의 횡포"로 애플이 구글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 구글이 사파리에 기본 검색 엔진 설정을 위해 애플에 40억달러(5조3200억원)~70억달러(9조3100억원)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엔진이 되기 위해 구글이 무선 통신사들에게 10억달러(1조3300억원) 이상을 지불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구글 측 대리인인 존 슈미틀린 변호사는 "(지급된 비용은) 파트너사들이 적시에 보안 등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유지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이용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검색 옵션과 온라인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갖고 있다"며 "브라우저에서 간단히 몇 번만 클릭하면 구글 앱을 교체하거나 대체 검색 엔진을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글은 애플 등이 최고의 검색 엔진을 뽑기 위해 개최한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미 정부가 윈도 운영체제로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이후 20여 년 만에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 반독점 소송이다.
이번 재판은 최대 10주간 두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우선 구글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고 법을 어긴 것으로 밝혀지면 법원은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한다.
이 경우 법원은 구글에 불법이라고 판단한 관행을 중단하도록 명령하거나 자산 매각을 명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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