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Restricted Stock)이 확산되며 재벌 총수 일가의 가업 승계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RS는 부여 대상과 수량에 제한이 없고 공짜로도 지급이 가능한, 현금 대신 주식으로 주는 개념의 성과 보상으로 한화그룹이 2020년 대기업 최초로 도입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RS로 한화 19만1699주, 한화솔루션 17만112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만926주를 수령했다. 평가액은 128억6000만원에 달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고양정)은 경영세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RS를 제도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13일 대표발의했다.
RS는 성과에 대한 보상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주는 것이다. 주식을 곧바로 지급하면서 양도 시점을 제한하는 것은 Restricted Stock Award(RSA), 지급 약정만 하고 일정 기간 후 주식을 지급하는 것은 Restricted Stock Units(RSU)다.
최근 재계에 RS가 확산되는 이유로 관련된 법적 규정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상법상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은 대주주에겐 부여할 수 없고 발행 주식 수의 10% 이내로 수량이 제한되는 제약 요인이 있다. 반면 RS는 부여 대상과 수량, 가격에 제한이 없다.
기업 오너 일가도 얼마든지 RS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급 절차도 간소하다. 스톡옵션은 기업 정관에 반영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RS는 일정 수량에 대한 포괄적인 이사회 결의만 한 차례 거치면 된다.
이후 개별 부여 건은 대표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절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RS를 수령하면 소득세를 내야 한다. 현행법상 소득세 최고세율은 45%로,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대 49.5% 수준이지만 최대주주가 가업 승계를 위해 주식을 증여·상속하게 되면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률이 적용돼 최대 60%까지 세금이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재벌들의 편법 승계 수단으로 활용되던 차등배당제도가 막힌 상황에서 RSU가 새로운 승계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외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두산 주식 3만2266주를 받았다.
네이버,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토스, 쿠팡, 위메프, 크래프톤, 씨젠 등도 RS 제도를 도입했다.
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RS의 부여 방법·대상·수량 등에 대한 명시적 근거규정을 마련토록 했다.
이용우 의원은 "지금껏 RS가 재벌 3·4세의 경영 세습 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문제"라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사례에 대해 이번 국정감사에서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