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360% 불가능 '신통기획' 정면 배치
희림 설계안 채택되면 서울시의 방침 위배
인허가 문제로 재건축 사업 속도 지연 우려

▲ 해안건축이 희림건축·나우동인컨소시엄이 제시한 재건축 계획안이 입찰 지침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 세이프타임즈
▲ 해안건축이 희림건축·나우동인컨소시엄이 제시한 재건축 계획안이 입찰 지침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 세이프타임즈

서울 압구정 6개 특별계획구역 가운데 하나인 3구역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설계사무소 선정 작업이 난항을 빚고 있다.

해안건축이 경쟁사 희림건축의 위반 행위를 지적하며 '홍보관 폐관'이라는 강수로 맞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설계사무소 입찰 기호 1번 해안건축은 오는 15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홍보 전시관을 잠정 폐쇄했다.

입찰 기호 2번 희림건축·나우동인컨소시엄이 제안한 용적률이 입찰 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해안건축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안을 반영해 정책에 맞는 설계안을 내놨다. 재건축·재개발 계획 수립에 드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시가 직접 공공성과 사업성을 고려해 정비계획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신통기획'이라고도 한다.

희림건축은 신통기획을 배제한 설계안을 발표했다. 대신 해당 구역 소유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두 사무소 설계의 두드러진 차이는 용적률이다. 용적률은 건물의 규모에 관한 척도로 해당 대지 위에 건물 층이 얼마나 많이 쌓여있는지 알려주는 척도다. 용적률이 높으면 대지 위에 건물이 빽빽하고 높게 세워지게 된다.

해안건축은 서울시의 신통기획안에 따라 용적률을 최대 300% 적용해 단지를 구성했다. 희림건축은 혁신설계로 용적률을 최대 360%까지 적용, 입주민들의 실사용 공간을 1.6배 늘릴 계획안을 발표했다.

제로에너지설계와 장수명 주택 인증 등 친환경 인센티브로 법적상한용적률을 60%p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희림건축의 설명이다.

▲ 희림건축·나우동인컨소시엄이 압구정3구역 재건축의 용적률이 360%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희림건축·나우동인컨소시엄이 압구정3구역 재건축의 용적률이 360%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재건축 사업에서 용적률은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고 조합원들의 분담금과도 연결된다.

두 사무소의 용적률 차이로 해안건축은 5214세대로 건물을 구성했지만, 희림은 이보다 760세대 많은 5974세대로 계획안이 마련됐다. 세대수가 많아질수록 일반분양으로 매출액이 증대될 수 있다.

제3종일반주거지역 건폐율도 해안은 15%, 희림은 73%로 계획했다. 건폐율은 한 층당 세대 수에 영향을 미친다.

해안은 1개 층에 4세대에서 8세대까지로 계획했지만 희림은 2세대로 구성했다. 한 층에 배치된 세대 수가 적어질수록 건물이 많이 필요해 희림이 제시한 건폐율이 더 높아졌다.

임대주택 배치도 두 사무소는 각기 다른 안을 내놨다. 해안은 임의로 단지 내 임대 세대를 배치하는 반면 희림은 임대동을 따로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단지 내 공공보행로 위치 계획에서도 희림은 단지 서측으로 우회하게 구성했다. 서울시 신통계획안을 적용한 해안의 보행로는 단지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시민들의 한강변 접근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이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해안이 제시한 보행로 배치에 대해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쟁점이 되는 희림의 용적률과 공공보행로 이전 모두 서울시와 협의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안건축은 압구정 3구역 조합이 입찰 공고 당시 신통기획안에 맞춰 계획안을 제시하도록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이를 어긴 희림에 시정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희림은 입주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모든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희림의 설계안이 채택되면 시의 방침과 대치되는 설계안으로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도시계획심의 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안건축 관계자는 "지침을 위반한 희림건축이 용적률을 시정할 때까지 전시관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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