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임상병리학과 학생 500여명이 충북 오송 보건복지부 앞에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 대한임상병리사협회
▲ 전국 임상병리학과 학생 500여명이 충북 오송 보건복지부 앞에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전국 임상병리사들에 이어 임상병리학과 학생들이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 반대 시위에 나섰다.

정부가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심전도, 채혈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다.

3일 대한임상병리사협회에 따르면 전국 임상병리학과 학생 500여명은 충북 오송 보건복지부 앞에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복지부가 '2023년 제1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서 제출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을 내년 하반기부터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진행됐다.

조정안에는 응급구조사가 병원 응급실 등에서 할 수 있는 업무로 '정맥혈 채혈', '심전도 측정·전송'이 추가됐다.

임상병리사 측은 '의료기관에서 면허가 없는 응급구조사에게 이 같은 검사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건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장인호 임상병리사협회장은 "임상병리사는 정규 대학 교과과정을 거쳐 복지부에서 인정하는 면허를 취득한 의료기사지만 응급구조사는 이 같은 면허가 없는 자격증 소지자"라며 "업무 범위 확대가 결정되면 결국 불필요한 의료비용 지출 증가로 인한 피해뿐 아니라 국민 보건과 의료 향상에도 기여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임상병리학과 교수협의회도 입장을 냈다. 육근돌 한국임상병리학과 교수협의회 수석부회장은 "의료기사의 전문성을 왜곡하고 응급구조사가 의사 지도하에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복지부는 응급구조사의 업무 영역 확장이 현장에 종사하는 응급구조사 권익 향상을 위한 건지 국민 보건 향상에 도움되는 결정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업무 범위와 한계)에 따라 의료인과 의료기사는 면허된 범위 내에서 업무가 가능하다"며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의료기사 업무를 하게 하거나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때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의료기사의 전문성은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 전국 임상병리학과 학생 500여명이 충북 오송 보건복지부 앞에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 대한임상병리사협회
▲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이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 반대 시위에서 임상병리사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신경아 신성대 임상병리과 교수는 "응급구조사는 응급상황 발생 현장으로 재투입되는 게 마땅하다"며 "응급실 내에서 응급처치에 투입할 의료 인력을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엔 공감하지만 각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석한 전국 임상병리학과 학생 500여명은 심재준 충북보건과학대생 등을 필두로 '응급구조사 무면허 업무, 국민 생명 위협한다',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강행 처리, 보건의료체계 붕괴된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투쟁"을 외쳤다.

예비 임상병리사인 박범준 연세대 임상병리학과 학생회장은 "중간고사를 앞둔 중요한 시기지만 졸속을 자행하는 복지부를 규탄하기 위해 용기 내 이 자리까지 왔다"며 "면허증을 내주는 복지부가 면허와 자격증의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현직 임상병리사들의 항의 서명도 이어졌다. 조성훈 충북임상병리사회장은 "임상병리사는 코로나19 범유행 기간 동안 검체 채취 등 빠르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 살인적 업무량을 소화하며 K-방역의 핵심 주역으로 찬사를 받았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선 여전히 의료기사 업무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위한 업무환경 개선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대현 경북임상병리사회장은 "의료기사법에서 명시한 병원 내 면허권자인 임상병리사를 제쳐두고 응급이라는 핑계를 명분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마저 정당화하려는 복지부의 정책은 현직 임상병리사와 예비 임상병리사인 학생들에게 좌절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고 호소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 관계자는 "주요 병원 등 의료기관 9곳에 응급실 내에서의 심전도 검사 분야인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와 24시간 심전도 검사는 임상병리사의 고유 업무라는 점과 의료기관에서 응급구조사가 시행하는 심전도 검사나 정맥혈 채혈은 불법이라는 점, 간호사가 심전도 검사를 수행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점 등을 담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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