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논설위원
▲ 한상권 논설위원

뜨거운 햇볕 아래 파행을 겪으며 세계적 망신거리가 된 '새만금 잼버리'만큼이나 강력한 사건 사고가 많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등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분노에 찬 폭력 사건은 일일이 세는 것도 지친다.

뿐만이 아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자살 사건, 동화성세무서 세무공무원 사망과 같이 악성 민원인으로 인한 사고로 의심받는 다양한 사건을 보면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 지경이다.

분노와 감정관리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로 오는 압박감에 관한 다양한 사건은 우리 사회를 '온정의 문화'에서 '분노에 찬' 사회로 기형적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세계 137개국 중 57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는 6년 연속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를 차지했고, 일본은 47위, 중국은 64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국은 35위에 머무르며, 말뿐만이 아닌 수치로써 대한민국은 행복하지 않은 나라임을 보여주었다.

낮은 정도가 아니라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형편없는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삶의 질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을 수 있으나, 개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불만이 곳곳에 배어 있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행복과는 먼 삶의 방식을 채택하여 살아왔을까. 만족스러운 삶은 결국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데, 만족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 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학업 과정에서도 그렇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다 보니 누구는 성적이 좋을 수 있고, 누군가는 성적이 좋지 못하게 된다.

사람이라는 게 각자의 걷는 속도가 있고,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각각일 텐데, 잘하고 못하고의 틀을 만들어 줄을 세우고, 그렇게 같은 기준에 구성원을 옭아매다 보니, 만족감이라기보다는 '잘하냐, 못하냐'에 따라 줄 세우기 위해 세상의 요구를 따라 하기에 바빠진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과, 그런 사람들이 구성한 사회는 경쟁과 자기주장에만 몰두하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며 나에게 이롭지 않으면 무엇이든 배척하는 기형적 사회를 낳는 데 기름을 봇는다.

언제부터인지 실수를 포용하고, 콩 한 쪽이라도 나눠먹으려던 온정의 사회에 대한 희망은 사라졌다. 외부의 시선에 반응하는 크기와 범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분노에 차 있다."

주차 문제로 싸우고, 위층 소음 문제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길거리는 서로 비방하는 현수막으로 뒤덮혀 있으며, 공공의 영역에서는 민원 제기 수준을 넘어 사람 하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망신시키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학교, 직장, 시민사회, 공공기관, 정치, 정부 등 이 모든 것들과 관계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만 맞다고 외치고, 남탓에 열을 올리며, 지지 않기 위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

필자는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권력에 목메는 정치인이 만들어낸 불순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무엇이든 배척하고 싸워 이기려는 승리에 매몰된 사고의 시작은 정치판에서 자주 볼 수 있고, 우리 사회는 그런 흐름에 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의 패착인 승리 지상주의의 폐해를 구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누가 나서느냐의 문제가 아닌, 사회 지도층은 이권싸움만이 아닌 위기의식을 같이 해야 하고,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행정부가 앞장설 때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 변화와 뼈를 깎는 사회 구조적 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과연 '타인의 행복과 안녕'에까지 관심이 있을까. 승리만이 아닌 질 줄도 알며 '화'와 '열'을 식힐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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