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포커스] 일률적 '소방시설 내진 설계' 화마를 부른다
[세이프 포커스] 일률적 '소방시설 내진 설계' 화마를 부른다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승인 2021.09.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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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세이프타임즈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최근 사양위주 소방설계 방식에 따라 설계되고 시공된 현장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이는 근시안적으로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대안만을 찾는 데 급급해 발생된 것이라 생각한다.

물류창고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포항과 경주 지진 이후 사후약방문식으로 급하게 만들어졌고, 최근에는 좀 더 강화된 기준으로 변경됐다.

어떻게 대형·초고층 건축물과 2층, 3층의 일반 소규모 건축물에 동일한 설계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인가?

역으로 보면 초고층에 적용할 기준을 2층이나 3층의 건축물에도 동일한 내진설계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기준인가 하는 것에 의구심이 들뿐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소방시설의 내진설계기준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소방관련 기술자들은 어떤 근거에 따라 적용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이유는 사양위주의 설계에 의해 정해진 값이 있으면 무조건적으로 관련 기술자들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개정된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KDS 41 17 00)의 비구조물 관련 내진설계 기준은 건물의 정형성과 비정형성 그리고 높이에 따라 정적해석과 동적해석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구조기술자들이 정적해석과 동적해석을 구분하여 해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높이가 낮고 정형적인 구조물은 지진계수를 고려한 정적해석을 통해 지진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높이가 일정 이상이거나 비정형의 구조물의 경우는 구조물 자체의 고유진동수와 지진 진동수의 추가적인 관계 해석을 통해 지진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소방시설의 경우 이런 공학적 해석은 모두 제외하고 있다.

합리적인 공학적 설계 방법은 소방의 내진관련 엔지니어가 배관의 응력해석이 가능한 다양한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지진 발생시 추가적으로 발생되는 배관의 응력 변화와 변위를 추가적으로 검토해 내진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때 건축설계자의 협조를 통해 구조물과 지반의 특성에 따라 안전요소로 재현주기, 중요도, 수정반응계수와 같이 설계 하중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계수들을 안전성을 고려해 적용하면 된다. 

▲ 중요도 및 중요도 계수 ⓒ 세이프타임즈
▲ 중요도와 중요도 계수. ⓒ KDS 41 17 00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 
▲ 지진구역 및 지역계수 ⓒ 세이프타임즈
▲ 지진구역과 지역계수. ⓒ KDS 41 17 00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

소방시설이 각종 재난 발생시 중요 비구조물이라는 것은 동의를 한다. 하지만 건축물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소규모의 건물에도 모두 같은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진구역과 지역계수의 적용에 있어서도 소방기술자들은 적용방법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를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강원도 북부일부와 제주도는 지진구역 계수가 0.14g로 다른 지역에 비해 0.08g 낮은 지역계수 값을 적용해 설계 하중 값을 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지 않고 지역계수 0.22g 값을 고려한 설계하중 값을 대부분 적용하고 있다. 

지역계수도 지진구역, 지역계수와 국가지진위험지도를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국가지진위험지도의 경우 등고선 형태로 값을 적용하게 된다.

국가지진위험지도를 선택해 사용할 경우 지진구역, 지역계수 값의 80%보다 작지 않도록 적용하게 돼 있다. 이 기준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소방엔지니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뿐이다.

▲ 재현주기 2400년 국가지진위험지도 ⓒ 소방방재청(2013년)
▲ 재현주기 2400년 국가지진위험지도(2013년). ⓒ 소방방재청

예를 들어 대구시는 국가지진위험지도에서 등고선 값이 0.19g로 지진구역, 지진계수의 0.22g보다 작은 값을 나타내고 있다.

이 경우 0.22g의 80%는 0.176g로 국가지진위험지도 등고선 값인 0.19g보다 낮은 값이 계산되므로 0.19g 를 지진계수로 적용하면 된다. 하지만 국가지진위험지도상의 낮은 지진계수 값을 소방시설의 내진설계시 적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진계수를 타지역에 비해 낮게 사용하는 강원 북부나 제주도에 일부 지역을 공학적 정적설계와 동적설계를 하게 되면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별도의 내진장치가 없이도 배관을 지지하는 행거나 써포트 등을 이용해 충분한 내진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모든 대상물에 정해진 사양값에 따라 일률적인 장치를 적용하는 설계방식은 소방 분야의 엔지니어가 부족하고, 소방이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미약한 시기에나 사용하던 설계방식이다. 앞으로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4차산업 혁명으로 시대가 급변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대형사고나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근시안적 대응이 아닌 어떠한 변화와 충격에도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재오 논설위원·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금오공대 토목공학과 △충남대 토목공학과 공학석사(건설구조)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공학박사(건축방재) △소방기술사 △미국공인화재폭발조사관(CFEI) △미국소방기술사(FPE)  △한국화재소방학회·화재조사학회 학술이사 △소방청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 △서울시·대전시·충남도 성능위주설계 심의위원 △대전시 건설기술심의위원 △대전시 재난영향평가심의위원 △세종소방본부 소방특별조사 선정위원 △행복도시건설청 설계심의 위원 △화학물질안전원 외부심사위원 ◆저서 △소방관계법규해설 △소방방재시설의 점검실무△재난 및 안전관리 △소방전기설비의 이해 △소방시설의 이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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