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된 한동훈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한 대통령 비서실장
서천 현장 만남으로 갈등해소 의문 윤 대통령이 해결의 열쇠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치 한 몸과 같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취임한 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여당의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강압적 요구를 했다.

이런 사실을 한 위원장 본인이 공공연하게 확인했고, 거부 의사도 분명히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런 갈등국면에 대해 '약속대련'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계산된 정치행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지만, 총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이런 위험한 모험을 도모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에는 '김건희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었다. 국회에서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이 정부로 넘어오기도 전에 대통령실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신속하게 발표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총선을 앞둔 여당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김건희 여사를 프랑스 혁명을 유발한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대통령의 부인을 단두대에 처형된 인물과 비교한 거친 발언과 한 위원장의 독단적인 공천발표가 이어지면서,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갈등은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23일 서천 재래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났다. 화재보다 더 관심을 끈 두 사람의 만남으로 갈등이 해소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만남이 될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을 제외하고 대통령실에서 여당의 운영에 이렇게 깊이 그리고 이렇게 강압적으로 개입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준석 전 대표는 불과 두 달도 안 돼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쫓겨났다.

대통령실과 친윤계 핵심 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당 대표에 당선된 김기현 전 대표 역시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9개월 만에 그만뒀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던 한동훈 비대위원장 역시 한 달 만에 사퇴 압박을 받았다.

한 위원장과 대통령의 갈등의 중심에 있는 '김건희 리스크'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언론에서조차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런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의 주장대로 명품백을 건넨 것이 '몰카 공작'이라고 해도, 명품백을 받은 것은 벗어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통령실은 이것을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된 선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명품백을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한 '외교관례상 어쩔 수 없는 선물'로 간주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해석이다.

ⓒ 연합뉴스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자료 사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입장에서는 '몰카 공작'에 당한 것도 억울한데, 마리 앙투아네트로 비유되는 현실에 실망과 서운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대통령의 가족은 '공적 영역'에 속해 있는 가장 주목받는 정치행위자다.

어떤 이유로든 명품백을 사적인 공간에서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몰카 공작'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을 수 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과 대응이 다르다고 해서, 여당의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다.

비대위원장 퇴진 이후에는 과연 누구를 어떻게 내세워 총선을 치를 것인지, 대안이나 복안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감정적인 정서까지 묻어나는 이번 사태가 권력투쟁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한동훈과 '명품백'이 서로 비견할 만한 동등한 가치의 대상인지, 이 사태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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