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외압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출국금지에도 무리하게 호주 대사 임명
다른 관련자들도 진급하거나 총선 출마 이런 보상과 외압의 배후에 관심

▲ 호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이종섭 대사 인사말. ⓒ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 호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이종섭 대사 인사말. ⓒ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했다. 대사는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위급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영예로운 자리가 틀림없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의 임명과 출국 과정은 마치 해외 도피를 연상시킬 정도로 전격적이고 무리한 느낌이 강하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사망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1월 공수처에 고발됐고, 출국 금지됐다.

대통령실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스스로 무능한 업무 능력을 확인해 준 셈이고, 상대국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외교 결례를 범한 것이다.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호주행 비행편 탑승이 확인되자 이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호주행 비행편 탑승이 확인되자 이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럼에도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 프로세스'는 모든 관련 기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불과 엿새 만에 이 전 장관은 출국했다. 공수처는 반나절 조사로 길을 터줬고, 법무부는 신속하게 출국금지를 해제했으며, 대통령실은 신임장 원본도 없이 사본을 들려 출국시키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지난 10년간 출국금지 이의신청 기각률이 91%를 넘었다는 점에서 이 전 장관의 출금 해제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과거 군내 사망사건은 명쾌한 사고조사 없이 은폐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채 상병 사망사건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해 현장에 투입한 것이 원인으로 명백히 밝혀진 사건이다.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해병대의 신속한 수사를 칭찬까지 하며 수사자료의 경찰 이첩을 허가했던 국방부 장관이 느닷없이 이첩된 서류를 무리하게 되찾아 오라 지시하고, 수사를 진행했던 해병대 수사단장을 도리어 처벌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차관, 대통령실 관계자의 개입이 확인됐지만, 아무런 해명이나 조치 없이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재판만 진행 중이다.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도리어 '영전'하고 있다.

▲ 천안갑 지역에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 페이스북에서 캡처
▲ 천안갑 지역에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 페이스북에서 캡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천안 지역에 국민의힘 총선 후보로,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역시 국민의힘 후보로 영주·영양·봉화 지역에 각각 공천을 받았다. 그것도 경선 절차 없는 단수 공천이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박진희 전 국방차관 군사보좌관은 중장, 소장으로 진급했다. '보상'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이런 '보상'이 주어졌다는 것은, '외압'의 실체가 장관을 움직일 정도의 권한을 갖고 있고,  '보상'도 가능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출국 과정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향해 "왜 이렇게 까지.." 라며 아쉬운 심정을 토로했다. 심정적으로 힘들다는 뜻의 말이겠지만, 이렇게까지 하면서 중차대한 대사직을 맡겨 해외로 내보내야 하는 이유는 뭔지 정작 우리가 묻고 싶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보도해 미국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워싱턴 포스트의 제호 밑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Democracy Dies in Darkness'

직역을 하자면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어간다는 뜻이지만, 숨기려는 것이 많을수록 민주주의는 퇴행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는가 나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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