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과로 노출된 노동자들
예상 달리 속도 안나는 루프 건설

▲ 보링컴퍼니가 구상하고 있는 하이퍼루프 시스템. ⓒ 보링컴퍼니
▲ 보링컴퍼니가 구상하고 있는 하이퍼루프 시스템. ⓒ 보링컴퍼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주도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건설되고 있는 '하이퍼루프' 관련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머스크의 구상과는 달리 루프의 실용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라스베이거스 지하 대중교통 시스템 하이퍼루프 공사 노동자들이 과로와 화학 물질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하이퍼루프는 지하에서 주요 도시 사이를 음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미래형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머스크의 구상대로라면 하이퍼루프를 통해 뉴욕과 워싱턴 DC 또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30분 만에 오갈 수 있다.

머스크는 교통 인프라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보링컴퍼니를 설립해 라스베이거스에 하이퍼루프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앙코르와 웨스트게이트 두 호텔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를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 화학물질, 노동 착취 노출된 노동자들

이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 노출됐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터널 공사장 내부에 고인 진흙은 어떤 곳에선 최대 60㎝ 깊이까지 고여 있다. 이들은 매일 진흙탕을 헤쳐나가야 했다. 진흙은 팔과 얼굴에 튀고 옷에 스며들었다.

진흙 속엔 터널 공사의 자연적인 부산물인 물과 모래 외에도 촉진제로 알려진 화학 물질이 가득했다.

촉진제는 터널의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도록 돕고 균열이 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사람에게 닿으면 피부에 심각한 화상을 입힐 수 있다.

네바다주 산업안전보건청에 따르면 굴착 현장에선 이러한 화상이 일상적인 일이 됐다. 노동자들은 팔과 다리에 영구적인 흉터를 입었다.

터널 작업자 가운데 한명은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그는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내가 왜 불타고 있지?'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보건청 보고서에 따르면 한달 동안 평균 10~15명의 노동자가 이러한 방식으로 화학 화상을 입었다.

지난해 여름엔 2t 콘크리트 블록으로 만든 쓰레기통에 진흙이 쌓이며 무너져 인턴 한명이 깔릴 뻔했다.

산업안전보건청은 8건의 안전지침 위반 사항을 '심각'으로 분류하고 보링 컴퍼니에 11만2504달러(1억 5019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전직 직원들은 보링 컴퍼니가 사업을 진척시키기 위해 속도를 내며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봄과 여름 보링 컴퍼니는 가을에 있을 회의 시즌 전에 터널을 완공시키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했다. 앙코르와 웨스트게이트 호텔과 컨벤션 센터를 연결하는 터널을 파기 시작하며 직원들은 주 6일, 때로는 7일 동안 12시간 교대 근무를 했다.

안전당국 조사에서 노동자들은 점심시간을 포함해 12시간 교대 근무 내내 터널 안에서 지내야 했고 화장실 사용 시에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고 진술했다. 장시간 근무 외에도 기계 결함과 개인 보호 장비 부족 문제도 있었다.

전직 직원 가운데 한명은 "회사가 모든 것을 싸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터널 안의 온도는 100도가 훨씬 넘는 온도까지 치솟을 때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들은 현장을 노예제도에까지 비교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2018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보링 컴퍼니의 테스트 터널 완공을 발표하고 있다. ⓒ 블룸버그 통신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2018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보링 컴퍼니의 테스트 터널 완공을 발표하고 있다. ⓒ 블룸버그 통신

■ 속도 안나는 머스크 아이디어

머스크가 보링 컴퍼니를 설립한 지 7년이 넘었지만 비전과 실제 사이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머스크는 회사를 설립하며 "미래형 대중교통 시스템이 천문학적인 수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 이 회사의 유일한 상업 프로젝트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를 위한 루프 시스템이다.

대부분 컨벤션 센터의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승객을 태워다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컨벤션 센터와 라스베이거스 대로 반대편에 위치한 리조트 월드 호텔 사이를 오가는 노선도 있다.

이 시스템은 컨벤션 기간에만 운영된다. 참석자들은 시속 40마일(64㎞)로 제한된 테슬라 세단을 타고 이동한다. 이 시스템은 시간당 4500명 이상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앙코르 터널과 웨스트게이트 터널은 라스베이거스 시내 대부분으로 범위를 넓히기 프로젝트의 일부다.

다만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

보링은 프루프록이라는 이름의 기계를 공개하며 일주일에 1마일(1.6㎞)의 터널을 뚫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론상으론 더 빨리 굴착할 수 있지만 이를 관리할 직원이 없었다.

터널 굴착 전 준비 작업을 포함해 1.7마일의 터널인 루프의 첫 번째 구간을 완공하는 데 18개월이 걸렸다. 컨벤션 센터와 리조트 월드를 연결하는 구간에는 1년이 더 소요됐다.

캐롤린 굿맨 라스베이거스 시장은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기를 바라지만 비현실적"이라며 "더딘 속도뿐 아니라 수용 인원과 안전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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