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4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대한민국 헌정회 창립 55주년 기념 신년 음악회가 열린다. 무료공연으로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며 신분증을 지참, 도착순으로 좌석이 배정된다.
▲ 1월 4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대한민국 헌정회 창립 55주년 기념 신년 음악회가 열린다. 무료공연으로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며 신분증을 지참, 도착순으로 좌석이 배정된다.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4일 오후 3시 국회에서 대한민국 헌정회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공동으로 국민화합을 위한 2024 신년 음악회를 연다. 다이내믹 코리아를 빛낸 우리 국민의 정서함양에 기여해 온 한국가곡을 중심으로 새해 문턱에서 국민화합과 문화웅비로 대한민국의 융성을 바라는 의미에서다.

한국가곡이 태동한 지 벌써 한 세기를 넘었다. 박태준 작곡의 '동무생각(1922)', 홍난파 작곡 '봉숭아(1925)', 채동선 작곡의 '고향(1933)' 등 주옥 같은 우리 가곡들은 당시 일제하 핍박받던 시절에 탄생해 그 시대 사회상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라를 잃고 헤매는 순박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보듬으며 삶에 위안을 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이런 가곡들은 청소년기 학교교육 현장에서 청소년 정서함양에 중요한 자리매김을 해왔다. 우리 가곡은 감성이 메말라가는 젊은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며 성장과정에서 청소년들에게는 인격형성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 학교뿐 아니라 방송에서조차 가곡을 들을 수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수백 개의 방송채널이 넘쳐나는 미디어 홍수시대 속에서도 가곡 프로그램은 20분짜리 정다운 가곡(KBS 1FM)뿐이다.

KBS '열린 음악회'에서조차도 독일 가곡이나 이탈리아 가곡은 자주 불려도 한국가곡은 불리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잘못된 방송법 71조 '방송편성' 오류에서 출발한다.

방송은 외국의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만을 과중하게 편성하지 말도록 일종의 자국의 창작분야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편승해 국내에서 제작하는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법으로 명문화해 이를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음악분야만은 대중음악으로 국한시켰다. 음악장르에는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가곡, 동요와 같은 순수음악 분야와 국악 등이 있다. 방송편성의 근간이 되고 있는 방송법 제71조 2항(국내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방송사업자는 음악분야에 '대중음악'만을 편성토록 규정하고 있다. 대중음악에 대한 정의가 표기되지 않아 방송사업자는 대중가요 프로그램만을 편성함으로서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빚어진 것이다.

가곡이나 동요, 국악 등은 국민 정서함양에 깊이 관여하면서도 대중음악에 비해 자생력이 떨어지므로 되레 보호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 방송편성에서는 배제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들 음악들은 비(非) 대중음악으로 몰려 장르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다.

그나마 국악은 전통음악으로 전통예술에 포함돼 공연·문예진흥법 등 관련법에서 전통예술의 보존과 육성으로 장려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만들어진 국악방송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정서를 다루며 아동과 청소년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의 정서함양에 기여해온 우리 가곡이나 동요, 합창곡, 기악곡은 보호막이 없어 방송편성에서 제외되고 있다.

1990년 이후 방송의 민영화로 다매체 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방송의 상업화로 시·청취율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방송편성에서 아예 제외된 것이다.

법 오류가 발견된 지 벌써 7년째를 맞고 있다. 19대 국회인  2020년 1월 16일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법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거쳐 여야의원 17명이 법 오류를 인정하고 개정안으로 발의했지만 공수처법, 페스트트랙 등 당시 여야의 정쟁으로 말미암아 수면 아래로 들어가 버렸다.

20대 국회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관련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강건너 등불을 보는 듯 하고 있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방송은 공기다. 법이 강제해 모든 국민에게 대중음악만을 편성토록해 모든 국민에게 편향된 음악만을 향유하도록 법이 강제해 빚어 낸 폐해를 책임져야 한다. 아울러 법의 오류를 알고도 방관하고 있다면, 이젠 전 국민이 나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야 할 것이며, 그 모든 책임을 정부가 져야만 한다.

또한 이런 현상은 지나친 입시교육 위주의 학교교육의 문제점도 있다. 이는 우리 것을 하찮게 여기는 사대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잘못된 처사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감성과 추억이 없는 삭막한 현실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전인교육과 학교교육의 목표에 어긋나는 일로 장차 그들이 커서 성인이 되더라도 국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이는 국민들의 고른 문화향유에 저해요소로 작용해 좋은 예술은 보다 높은 차원의 문화민족을 만든다는 일반적인 논리를 저버리는 행위다.

이렇듯 국민정서 순화와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큰 영향을 끼쳐온 한국가곡과 동요는 그동안 상업성에 치우친 방송매체나 입시교육에 치우친 비정상적인 학교교육으로 말미암아 생활 속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더구나 통합방송법의 잘못된 규정으로 인해 방송프로그램에서 소외돼 이제는 몇몇 애호가들만의 노래가 되어 겨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실정에 처해있다.

한 시대의 산업발달은 기초과학이 바탕이 되어왔듯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4차 산업의 시대는 음악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와 정화의 기능을 통해 품어낼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통해서 파생되는 음악이 지닌 값(Value)은 상상을 초월한다.

케이 팝(K-pop)이나 영화, 드라마 등 한류가 시공간을 뛰어 넘어 다양한 인종들로부터 공감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전통 음악과 전통 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문화의 정서가 그 바탕에 깔려 있는 민족의 DNA에 근원과 무관치 않다.

다양한 음악이 지닌 고유의 특유성과 효용성에 기인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박경규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이 국회에서 방송법 법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박경규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이 국회에서 방송법 법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박경규 논설위원·의공학박사 △작곡가 △KBS 프로듀서 △KBS 몬트리올 PD특파원 △국악방송본부장 △국회환경포럼 정책자문위원 △대불대·동아방송대 교수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 이사 △한국예술가곡연합 명예회장 △자랑스런 대한국민대상 수상 △문화관광부 저작권심의위원 △서울시청소년미디어센터 관장 △CLI바이오소닉 CEO △시와음악포럼 회장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 △한국가곡방송 이사장 △가나에듀아카데미 원장 ▲저서 △건강과 음악치료 △명곡과 나 △쾌청 365 △음악클리닉 △안개꽃(작곡1집) △동강은 흐르는데(작곡2집) △연가곡집' 편지'(작곡3집) 가곡 대관령 등 300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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