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규 논설위원·의공학 박사
▲ 박경규 논설위원·의공학 박사

1000명을 넘나드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펜데믹 상황입니다. 사회·경제·정치·문화·교육 등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이 때, 국정을 잘 다스려야 하는 대통령님을 더 힘들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님의 부담을 덜어 내려는 일이라 여겨져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의 형식을 빌려 전합니다.

음악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에 대해 연구하는 '생체음향전문가' 입니다. 음악장르는 다양하고 '이런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방송프로그램에서 소외됨을 안타깝게 여겨온 터에 '우연히' 방송법의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4년전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국민신문고를 두드렸습니다. 관련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내용이 전달됐습니다. 법규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방통위 담당부서는 의견수렴을 거쳐 바로 잡겠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잡기는커녕, 그 폐해는 날로 심각해 지고 있습니다. 방송법 제71조를 보면 '방송사업자는 연간 방송되는 영화·애니메이션과 대중음악 가운데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애니메이션 및 대중음악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비율이상 편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시행령을 보면 '방송사업자는 연간 방송되는 영화·애니메이션과 대중음악 가운데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애니메이션과 대중음악을 다음 각 호의 범위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하는 비율 이상 편성해야 한다'고 명문화 하고 있습니다. '당해 채널 전체 대중음악 방송시간의 100분의 50 이상 100분의 80 이하로 한다'고 비율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방송법이 대중음악분야만 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음악장르는 크게 '대중음악'과 '순수음악'으로 구분됩니다.

'순수음악'인 가곡, 동요 등에 대한 의무편성 규정은 아예 없습니다. 국민에게 특정음악을 편성토록 하는 것은 국내 음악을 보호한다는 일종의 '퀘터제'라 할지라도 잘못 제정된 법이 분명합니다.

방송편성을 다루는 방송법은 방송의 근간입니다. 이같은 법은 방송법의 목적과 공적책임, 공정성과 공익성에 위배됩니다. 폐해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의 오류를 인지해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바로 잡지 않고 방치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서적 폐해는 뒷전에 둔 채 법이 강제해 방송사업자의 편만 들어 주는 꼴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포괄적용으로 총칭하면서 음악분야는 장르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에 대한 정의도 명시하지 않은 채 특정음악으로 제한해 법 제정의 취지에도 어긋납니다.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는 "문제가 있어 검토하겠다"며 "다만 법령 개정에는 시일이 소요돼 다양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를 거쳐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회신을 받은 지 벌써 수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필자는 방송법 오류를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전국 675 음악단체, 동호인그룹과 44만명에 달하는 음악애호가는 청원서도 제출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송희경 의원 등 16명이 법 개정을 공동발의후 공청회도 개최했습니다. 방송법 오류에 대한 개정안은 과방위 법안소위를 거쳐 당시 노웅래 위원장에 제출됐습니다.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국회는 페스트트랙과 공수처법 등 여야의 정쟁으로 인한 '식물국회'로 변질되면서 어렵게 입안된 법안은 심의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채 사라졌습니다.

법을 잘못 제정한 국회가 오류를 인지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입안된 '법안'이 사라진 겁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 되돌아가야만 하는 현상을 더 이상 바라보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방송의 채널 선택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듣고 싶은 음악에 대한 선택권도 국민에게 있습니다. 법이 강제해 특정음악 장르를 편성토록 한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행복권 추구'에 반합니다.

방송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편성의 궁극적인 의미는 시청자를 확보해 시청률을 높이는 일입니다. 더구나 자생력있는 대중음악을 법의 보호 아래 편성을 명문화한 것은 방송사업자만을 위하는 일입니다. 국민정서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시청율과 상업성에 빠져 있는 방송편성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성인가요 열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동요나 가곡은 물론, 합창곡이나 기악곡 등은 방송에서 밀려나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청소년들은 가곡이 무엇인지 조차 모릅니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정부가 주도한 법률에 의해 일방적인 문화접근은 성장기 청소년의 인격형성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초등생마저 마치 음악은 트로트만 존재하는 양, 성인가요 열풍에 휘말려들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두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음악은 음악이 지닌 고유의 특유성이 있어 아픔을 위로하는 힘과 때로는 음악 한 곡이 희망을 가져 다 주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다양한 음악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선택은 국민 스스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방송사가 특정음악만을 편성토록 제한하는 법은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국민을 더 이상 '정서장애자'로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방송은 공기(公器)입니다. 그 위력은 어디 비유할 수가 없을 만큼 가히 크다고 할 것입니다. 국민의식, 삶의 질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회가 이루어지는 근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K-팝에 이어 숨어있는 '한류DNA' 미개척지 'K-클래식'이 글로벌 블루오션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 박경규 논설위원·의공학박사 △작곡가 △KBS 프로듀서 △KBS 몬트리올 PD특파원 △국악방송본부장 △국회환경포럼 정책자문위원 △대불대·동아방송대 교수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 이사  △한국예술가곡연합 명예회장 △자랑스런 대한국민대상 수상 △문화관광부 저작권심의위원 △서울시청소년미디어센터 관장 △CLI바이오소닉 CEO △시와음악포럼 회장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 △한국가곡방송 이사장 △가나에듀아카데미 원장 ▲저서 △건강과 음악치료 △명곡과 나 △쾌청 365 △음악클리닉 △안개꽃(작곡1집) △동강은 흐르는데(작곡2집) △연가곡집' 편지'(작곡3집) 가곡 대관령 등 300여곡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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