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구급대원이 심정지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 소방청

이태원 참사 당시 급박하게 경찰 인력을 요청하는 소방 무전의 내용이 공개됐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가 공개한 서울종합방재센터의 '이태원동 구조 관련 소방 무전 기록'에 따르면 참사 발생 3분 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8분부터 다음날 오전 10시 26분까지 소방의 경찰 출동 요청은 29차례 이어졌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 20분부터 '사람이 깔려 있다'며 '경인 비발(경찰 출동) 독촉 좀 해달라'는 다급한 내용의 무전이 오갔다.

오후 10시 23분에는 '10명 정도가 깔려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는 무전이 관제대(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현장 출동 지휘대에게 전달됐다.

지휘팀장은 오후 10시 29분 "차량 진입이 곤란한 상황이라 대원들이 도보로 이동하고 있다"며 상황을 알렸다. 오후 10시 31분 상황실에선 현장에서 3명이 의식이 없다는 신고 내용을 전달하며 급박한 상황을 공유했다.

오후 10시 42분부턴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대원들이 구급차와 지원을 찾는 목소리가 녹취에 담겼다.

현장에선 "구급차 빨리, 구급차 빨리", "응급환자 스무명 넘어요. 다 심폐소생술(CPR) 중이에요"라는 무전이 송출됐다. 지휘팀장은 오후 10시 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은 경찰력 추가 투입을 계속 독촉했다. 지휘팀장은 오후 10시 55분 무전을 통해 "경찰 속히 추가 출발 독촉"을 요구했다.

그는 "해밀톤호텔 입구 (이태원역) 1번 출구 골목 진입이 불가할 정도로 통제가 안 된다며 "112에 신고해서 경찰 인력을 많이 추가해달라"고 말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오후 11시 5분 직접 지휘에 나서겠다고 알렸다. 그는 오후 11시 9분 추가 소방력 지원을 요청하며 "경찰력을 해밀톤호텔 뒤편으로 빨리, 많이 보내줘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최 서장은 사망자 발생 사실을 알리며 구조대 추가 요청에 나섰다. 그는 11시 16분 "해밀톤호텔 뒤편에 환자가 수십명"이라며 "빨리 소방력을 그쪽으로 보내주길 바라고 추가 경찰력을 빨리 보내주길 바란다"고 재차 독촉했다.

오후 11시 23분엔 "통제가 안 된다"며 서울경찰청의 특수기동대 출동을 거듭 요구했다. 소방대원들은 자정이 넘어서까지 CPR에 주력하며 부상자들을 구출했고 무전은 참사 다음날 오전 10시 26분 '소방 대응 1단계 해제'로 종료됐다.

한 소방관은 "소방은 군의 지원도 요청했어야 했다"며 "이는 곧 비상대응체계 매뉴얼을 가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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