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수 논설위원(비뇨기과 전문의·의학박사)
▲ 이윤수 논설위원(비뇨기과 전문의·의학박사)

"전립선암은 서양 사람들에게나 생기는 병 아닌가요?"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맞지 않는 말입니다. 연말을 맞아 모임이 많아지는 요즘, 건강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50대 이후 남성들 사이에서는 '누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더라' 하는 소식이 흔해졌습니다.

그만큼 전립선암이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전립선암은 오랫동안 서양인의 암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에서도 발생률이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남성에게 가장 흔한 암 중 하나이며, 한국 역시 과거 10위권이던 전립선암이 최근에는 5위권까지 올라왔습니다.

식습관의 서구화, 평균 수명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전립선암은 예방 가능성이 크고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매우 높은 암입니다. 생활습관을 조금만 관리하고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예방의 출발점은 식습관입니다. 지방이 많은 붉은 육류는 과다 섭취 시 전립선암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요인입니다.

반면 토마토, 브로콜리, 시금치 같은 채소는 라이코펜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전립선 세포의 비정상적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토마토는 기름에 조리할 때 라이코펜 흡수율이 크게 높아집니다. 실제로 식습관 개선만으로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안정된 환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활습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불편한 점이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전립선암은 전립선의 바깥쪽에서 시작해 요도를 누르지 않기 때문에 소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뇨 이상이 느껴질 정도라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되었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었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PSA 혈액검사 항문수지검사는 조기 발견의 핵심 도구입니다. 검사는 간단하지만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검사 후 "괜히 미뤘다, 더 일찍 받을 걸 그랬다"고 말합니다. 의사가 정기 검진을 권하는 이유는 불안을 조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 큰 문제를 미리 막기 위한 것입니다.

전립선은 작지만 남성의 삶의 질과 직결된 중요한 기관입니다.

하루 식단에서 붉은 고기를 조금 줄이고 채소와 생선을 늘리는 것, 그리고 1년에 한 번 PSA 검사를 받는 것. 이 두 가지만 실천해도 전립선암 예방의 기반은 마련됩니다.

연말을 보내기 전, 자신을 위한 작은 결심을 하나 해보면 좋겠습니다. 바로 전립선 건강을 점검하는 일입니다. 오늘의 작은 실천이 내년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이윤수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비뇨기과 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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