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사와 민간단체 주최로 수상한 공공기관이 43억원가량을 수상비에 지출했다. ⓒ 경실련
▲ 언론사와 민간단체 주최로 수상한 공공기관이 43억원가량을 수상비에 지출했다. ⓒ 경실련

한국서부발전, 강원랜드 등 경영난을 호소하는 공공기관이 상을 받기 위해 43억원가량을 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실련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공기관이 2014년부터 지난 8월까지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받은 상과 지출한 돈을 11일 공개했다.

공공기관이 상을 받기 위해 지출한 예산은 5년 동안 43억8000만원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억1000만원을 들여 35개의 상을 받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억5000만원에 27개의 상을 샀다. 국민연금공단이 2억8000억만원으로 36개의 상을 받았다.

경실련은 공공기관의 수상 내용을 살펴본 결과 심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심케 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일하던 한국서부발전은 3년 연속 '글로벌스스탠다드경영대상 안전경영대상'을 받았다. 서부발전은 3차례에 걸쳐 홍보비 명목으로 6000만원가량을 주최 기관인 한국경영인증원에 지출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개입해 채용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강원랜드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대상'을 수상했다. 주최 단체인 한국HRD협회는 강원랜드가 직원 교육에 대한 경영진의 높은 관심으로 인적자원개발 시스템을 다양화했다고 밝혔다.

경실련 관계자는 "채용 당시부터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인적자원개발 시스템 강화라는 말은 허무맹랑하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도 상을 받기 위해 예산을 지출했다.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24개 공공기관은 121건의 상을 받기 위해 13억200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8개 공공기관이 103건에 9억1000만원, 국토교통부 산하 9개 공공기관이 58건에 6억4000만원을 썼다.

▲ 공공기관에게서 돈을 받고 시상한 언론사와 민간단체 ⓒ 경실련
▲ 공공기관에게서 돈을 받고 시상한 언론사와 민간단체 ⓒ 경실련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언론사 5곳과 민간단체 3곳에서 공공기관에 준 상 306개에도 3억2000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능률협회는 39건의 상에 7억2000만원가량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63건에 6억5000만원, 동아일보는 51건에 5억7000만원, 조선일보는 45건에 3억8000억원가량을 받았다.

개인에 준 상도 공공기관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손주석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은 '2018 대한민국 가장 신뢰받는 CEO 대상'과 '2019 대한민국 CEO 리더십 대상', 이원복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전(前) 원장은 '2016년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을 받고 공공기관 예산으로 각각 1500만원을 지출했다.

그 외에도 김형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2018 대한민국 가장 신뢰받는 CEO 대상'에 1100만원, 김화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전 이사장은 '2016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에 1000만원, 서종대 한국감정원 전(前) 원장은 '2014 올해의 CEO 대상'에 900만원 등을 공공기관 예산으로 지출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능력이 없는 인물이 공공기관의 장으로 선임되는 낙하산 인사는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됐다"며 "그동안 공공기관의 장은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이용됐다"고 말했다.

이어 "돈 주고 받은 상은 자신의 경영 성과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말했다.

▲ 언론사 주최 시상식에 후원사로 참여하는 정부 부처 ⓒ 경실련
▲ 언론사 주최 시상식에 후원사로 참여하는 정부 부처 ⓒ 경실련

정부 부처는 상 주고 돈 받는 7개 주요 언론사의 시상식에 480건을 후원했다. 경실련이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회신 온 자료를 조사한 결과, 산업통산자원부 137건, 금융위원회 68건, 농림축산식품부 58건 순이었다.

하지만 경실련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지난 5년 동안 산자부는 5건만 후원했고, 농식품부는 24건을 후원했다고 답변했다.

대다수 공공기관은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경실련 관계자는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기관은 성과나 치적을 위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공공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권고한 '민간주관 시상 참여시 자체 심의제' 규제 대상도 아니다.

정부 부처가 언론사의 시상식을 후원하는 데도 문제가 제기됐다. 경실련이 돈을 받고 상을 파는 관행이 드러날 경우 후원 참여 여부에 대해 질의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상청, 농식품부, 문화재청 등 10개 부처는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공공기관은 돈 내고 받은 상을 수상하고도 돈을 주지 않았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코레일네트웍스, 도로교통공단 등 19개 공공기관이 상을 받고도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실련 관계자는 "단체장과 기관장의 성과를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정부 부처는 시상식 들러리로 참여하지 말고, 국민권익위원회도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배임 혐의가 있는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을 고발하고, 정보공개청구에 불응한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감사 청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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