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39.9% '부족' 소방서 6곳 미설치 '최악'
119안전센터 서울 팀당 10명, 경남 5.5명 '불과'
불끄고, 구조보다 예산부서·의원들 로비 '진땀'

▲ 소방관들이 지난 4일 산불화재로 고성군 한 주유소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소화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소방관들이 지난 4일 산불화재로 고성군 한 주유소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소화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강원 산불로 전국에 집결해 화마와 전투를 벌이는 전국 지방직 소방관의 활약이 돋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도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소방관 국가직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국민 80%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원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누구도 관심이 없던 '소방관 국가직화'가 다시 불이 붙었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의 처우개선 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평등한 소방안전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국민의 나라'에서 '안전적폐'를  해소하자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다. '안전 주권'의 시작이다

<세이프타임즈>가 전국 시·도소방본부 등을 통해 자료를 입수해 정밀 분석한 결과, '똑같은 혈세를 내고도 국민이 얼마나 불공평한 안전서비스를 받아 왔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자체간 '빈익빈 부익부'와 시도 단체장의 의지가 부족해 '불안한 안전도 대물림'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소방관, 서울 9.8% vs 전남 39.9% '부족'

시·도의 재정여건에 따라 소방력 편차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 그대로 재정여건이 튼튼한 곳은 '안전'한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불안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인력·장비 등 소방에 대한 편차가 심각하게 발생해 국민도 안전에 차별을 받고 있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재정자립도 86.9%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시는 소방관 부족률이 9.8%에 불과했다.

10% 안쪽을 기록한 곳은 대전시(9.2%)가 유일했다. 다른 지역은 20~40% 인력이 부족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 소방관들로부터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통곡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소방관의 근무여건부터 심각한 차별이 진행되고 있었다. 국민안전도 당연히 차별 받고 있다.

시·도별로 소방관의 부족현황을 보면 △경기 21% △강원 31.6% △경남 32.4% △제주 37.4% △충남 36.6%를 기록했다. 꼴찌를 기록한 전남은 40%에 육박하는 39.9%를 나타냈다.

최근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역시 31.6%를 기록, 타 시·도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진화가 사실상 어려웠다는 것을 방증한다.

◇ 구조대원, 서울 7명 vs 경남 4명

소방관 인력의 총량 규모에서 이처럼 현장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최일선은 당연히 "인력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은 구급을 포함한 119안전센터 팀당 평균 인원이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센터는 3개팀으로 운영된다. 서울을 제외한 타 지역은 절반수준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는 6.4명, 충북 6.2명에 이어 경남은 5.5명에 불과했다.

구조대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은 평균 7명에 달했지만 △경기 5.5명 △충북 4.5명 △경남 4명을 기록했다.

지역별 편차가 심각해 '공평한 안전서비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내 소방관 2만명을 충원했을 경우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경남의 안전센터는 평균 9명, 구조대는 7명에 불과하다. 잘 사는 서울과 동등한 인력수준을 맞출 수 없는 구조다.

◇ 전남 6곳·경북 5곳 소방서 '미설치'

시·도지사의 관심도에 따라 소방서 등 안전기반 시설 차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1일 기준으로 전국의 소방서 설치 현황을 보면 강원도 화천·양구군 등 2곳에는 소방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 소방서가 없다보니 당연히 '골든타임' 확보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전북은 진안·무주·임실·순창 등 4곳에 소방서가 설치되지 않고 있다.

시·도 가운데 소방서 설치가 열악한 곳은 전남과 경북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곡성·구례·장흥·완도·진도·신안 등 무려 6곳에 소방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은 봉화·청송·영양·울릉·군위 등 5곳의 기초 지자체에 소방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과 경북지역 소방관들은 "시·도지사가 소방력 확충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서가 설치되지 않아 받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 있다.

▲ 소방관들이  지난 4일 강원 고성지역 산불 화재진압을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세이프타임즈 DB
▲ 소방관들이 지난 4일 강원 고성지역 산불 화재진압을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세이프타임즈 DB

◇ 소방관 평균수명 69세, 공무원중 '최악'

지방자치단체의 '부익부 빈익빈'에 따라 불평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소방관의 건강권 확보 등 기본적인 처우는 어떻게 될까.

소방공무원은 상시 고위험 재난현장 활동으로 공상자 등 건강이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참혹한 현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외상후 스트레스와 심리질환 발생 빈도가 매우 높다.

연평균 5.1명의 순직자와 372명의 공상자가 발생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수건강검진 결과 '건강 이상자' 발생도 2012년 47%에서 2015년 62.5%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공무원 연금관리공단 통계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평균 수명은 69세로 가장 낮다. 경찰은 73세, 일반직 공무원 74세, 교육직 77세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 흔한 소방관 수련시설과 병원도 없다

일반인과 비교할 때 소방관의 PTSD·우울증 등 심리질환 유병률은 무려 4~10배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최근 5년간 연평균 자살한 소방관은 7.4명에 달했다. 그렇다면 '국민의 영웅'으로 불리는 소방관에 대한 수련원 등 시설은 타 공무원에 비해 어떨까.

전문 진료체계를 보면 군(軍)은 무려 19곳의 병원, 경찰은 경찰병원이 있다. 소방은 경찰 눈치를 보며 경찰병원에 위탁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련원 역시 군 9곳, 경찰 8곳, 해경이 3곳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방은 그런 시설 자체가 없다. 충북 음성에 추진하고 있는 소방복합치유센터 역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위한 치료·치유시설 설립에 국비지원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방치해 왔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관심을 가지자 기지개를 켰을 정도다.

◇ 지역소방관 '광역 출동' 증가 추세

소방을 지방사무라고 묶어 두려는 시·도지사의 논리에 반하는 것이 비단 강원 산불만이 아니다.

시·도 관할을 초월한 소방출동 현황을 보면 서울은 2014년 270회에서 2018년 무려 377회로 늘었다. 

소방력이 열악해 자기집도 지키기 쉽지 않은 경남도도 83회, 전남은 87회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시·도 관할을 초월한 소방출동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379건에 달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볼 때 화재 407건, 구조 411건, 구급 623건으로 가리지 않고 출동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 정부 인원 배정해도 시도지사가 '무시'

시·도별로 소방 장비와 인원의 편차가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에서 지자체에 기준인력을 증원해 줘도 인력관리는 시·도지사의 권한이다. 시·도지사가 재정상황에 따라 소방관을 충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A자치단체장은 대형화재가 발생하자 "소방관을 충원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했다, 망신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행정안전부가 이미 증원을 해 줬지만, 실제 충원하지 않는 것 조차 모를 정도로 소방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현재 소방관 대응체계도 문제다. 지역통제단장(소방서장)이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대응이 아니라 시·도지사에게 보고하기 바쁘다.

B소방서장은 "지역본부장, 시·도지사, 소방청장 전용 무전기를 3개 보유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시도별 대응체계도 제각각인데다 재원확보도 만만치 않다. 시·도 조례로 소방특별회계를 설치해야 하고 운영도 각각 달라서 소방재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 소방관은 "예산편성 시기가 되면 시·도의원과 예산부서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하기가 바쁘다"고 말했다.

▲ 소방관들이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소방관들이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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