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무죄
대규모 투자·인수합병 나올까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로 기소된 지 3년 5개월 만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9년을 끈 '사법 리스크'가 일단 해소되며 삼성 경영과 대규모 투자 등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문제 없다

이 회장은 2015년 삼성그룹 미전실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1일 기소됐다.

당시 미전실은 이 회장이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는 부정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회장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 전체적으로 부당하지 않다고 봤다.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대주주 이익을 위한 약탈적 불법 승계 계획안이라고 주장한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서도 "기업 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인 사업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라며 "이 문건은 미전실 자금파트에서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종합 검토한 보고서일 뿐"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거짓공시·분식회계 혐의도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변호인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사법리스크 덜어낸 이 회장, 대규모 투자 나설까

이번 무죄 선고로 향후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을 위한 경영 행보가 물살을 탈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 회장이 한층 자유로워진 만큼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인수합병(M&A) 추진 등이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글로벌 반도체 산업 패권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의 분야에서 M&A 등 기업들의 도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삼성은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AI와 디지털 헬스, 핀테크, 로봇, 전장 등 5개 분야에서 최근 3년간 260여개 회사에 벤처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삼성의 대형 M&A는 2017년 9조원을 투자한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인 2021년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대형 투자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실적 개선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 삼성은 반등하냐 고꾸라지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심각한 위기 상황인 만큼 이날 선고 이후 이 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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