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민간, 산업체질 부문 8개 과제
공공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 의무
비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 금지

▲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부실공사 ZERO 서울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부실공사 ZERO 서울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으로 서울에서 공공건설 공사 때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건축 품질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시공은 하도급이 아닌 원도급사가 100% 직접 맡아야 한다.

공공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고 감리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서울시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3개 부문에서 8개 핵심과제를 추진한다.

핵심과제로는 공공 공사 부문 △부실공사 업체 초강력 제재 △주요 공종 하도급 전면 금지 △감리 현장감독 시간 확보, 민간 공사 부문 △민간공사 관리 사각지대 해소 △민간공사 감리 독립성 확보, 산업체질 부문 △현장 근로자 시공능력 향상 △가격 중심 입찰제도 철폐 △(가칭)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 설립 등이 포함됐다.

◇ 공공건설 주요 시공 '하도급' 금지

우선 공공건설 분야에선 부실공사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원도급사에 책임시공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부실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특별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 관련 내용을 추가해 내년 상반기 개정을 완료하고 시행할 방침이다.

공공공사 입찰도 제한된다.

부실공사 업체는 서울시에서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 입찰의 참가가 2년간 제한된다. 부실 내용에 따라 지방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명단도 공개할 계획이다.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의 주요 공종은 100%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한다.

철근·콘크리트·교량공 등 시설의 구조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공정에 대해서는 원도급사가 100% 직접 시공하도록 입찰공고문에 주요 공종과 하도급 금지 조건이 명시된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도급 중단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우려에 대해 "가설공사라든지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주요 공정은 안전과 직결돼 공사비가 상승하더라도 시행해야 한다"며 "(상승) 비용까지도 감안해 예산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제의 본질은 하도급"이라며 "이런 하도급 문제를 끊어내지 않으면 한국 건설의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대형 건설사가 입찰을 따낸 후 건물의 뼈대와 살을 만드는 핵심 공정은 하도급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유명 브랜드 아파트도 단가 후려치기, 비숙련 노동자, 도면 못 읽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노출된 하도급 업체가 만들다시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기준'에 따른 평가 항목에 직접 시공 비율을 추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 가운데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기술 보완 등 불가피하게 하도급을 시행할 땐 하도급 계약 적정성심사 대상 금액기준을 현재 원도급액 대비 82% 미만에서 90% 미만으로 높여 강화하고 수수료를 10% 이상 남기는 하도급 계약은 엄격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공사를 총괄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리원에게 실제 현장에 나가 업무를 보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과도한 서류 업무도 없애기로 했다.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모든 공공시설 공사장으로 확대하고 영세한 공사현장엔 촬영 장비를 대여해 준다.

▲ 서울형 건설혁신 8대 핵심과제. ⓒ 서울시
▲ 서울형 건설혁신 8대 핵심과제. ⓒ 서울시

◇ 민간건설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

국내 건설공사 발주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건설 분야에선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감리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기존에 공공 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한다. 조합·건축주 등의 요청이 있을 땐 지역건축안전센터(시·자치구)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시공 품질 관리를 위해 비가 내릴 때는 콘크리트 타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단 불가피하게 타설했을 땐 의무적으로 강도를 점검한다.

유 부시장은 "비가 올 땐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인허가 조건에 명기했다"며 "다만 콘크리트 타설하고 있는 가운데 비가 온다면 중단이 어렵다. 이럴 땐 타설 14일, 28일 후에 강도를 체크해 부실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건설 공사 감리가 발주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을 관리하기로 했다.

기존에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제도'를 일반건축물 공사에도 도입하고자 정부에 관련 규정 정비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 시공·구조·안전 품질에 대한 감리 자격시험 도입을 건의해 안전에 특화된 감리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 숙련 기능공 양성·발주자 협회 등 '체질 개선'

시공 미숙, 덤핑 입찰(저가 수주) 등 건설업계의 고질적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

시는 숙련된 기능공 양성을 위해 서울시가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에 건의한다.

외국인 근로자 투입 전에는 설계도면 숙지·철근 조립 등 기능테스트, 전문통역사를 통한 품질안전 교육도 실시한다.

앞으로 서울시 발주공사의 콘크리트·철근공 등 구조 안전과 관련한 공종에는 중급 위주 근로자를 배치할 예정이다. 공종별 세부적인 배치기준은 개별 입찰공고 때 명시키로 했다.

입찰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종합평가낙찰제(종평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높여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평제를 100억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한다.

3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적격심사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최저가 입찰자가 낙찰자로 결정돼 저가 투찰 유도, 페이퍼 컴퍼니 양산 등 부작용이 많다고 시는 설명했다.

현재 86%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적격심사 낙찰률을 90% 이상으로 올리고 공사 예정가격 산정에 사용되는 표준시장단가 현실화도 요구할 예정이다.

가칭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 설립도 추진한다.

협회는 발주자 대상 교육, 민간 정비사업조합 컨설팅, 하도급이나 감리계약 적정성 검토, 현장근로자 전문기능 교육 등을 맡는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협회에 대해 "발주자가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산업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없다"며 "책임감을 갖고 공사 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장기적인 실행력 확보를 위해 행정2부시장 직속 전담조직을 만들어 신규 과제를 발굴하고 중앙정부와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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