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고문의 '자네, 유럽 가봤나' <5> 스위스

스위스 리기산에서 바라본 청정한 호수와 설봉.

아침부터 차는 스위스로 달린다. 도착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버스 기사가 프랑스 변경까지 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일행을 실었다. 국경이 없다는 유럽, 역시 유럽이다.

스위스 알프스산맥 북동부, 루체른호(湖) 옆에 있는 '산들의 여왕'이라는 리기산을 향해 2시간 30분을 달렸다. 스위스 국경에서 여행사 인솔팀장이 거액의 입국세를 지불하는 것이 생경하다. 차가 스위스 국경도시 바젤을 거쳐 내륙으로 달리는 동안 전원풍경은 일품이다. 천하제일경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이 산악국가라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위스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차창을 통해 수백장의 사진을 놓치지 않고 찍을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감탄사가 연발해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청정국가 스위스다.

유럽 최초로 산악열차를 설치했던 리기산((Mt. Rigiㆍ1797m) 아랫 마을에 도착했다. 산악열차에 탑승해 산정상에 올랐다. 리기산은 스위스 중부에 위치한 루체른호(Vierwaldstätter See)와 추크호(Zug L.)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이다. 초창기의 한국인들이 많이 다닌 곳이라지만 지금은 한국인의 방문이 드물다고 한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들이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융프라우(Jungfrau) 쪽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리기산은 알프스의 해돋이를 관람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하이킹, 겨울에는 스키와 썰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 겨울이 성수기다. 내려다 보이는 청정한 호수, 건너다 보이는 산의 설봉은 감탄이 절로 나게 한다. 정상은 마침 비구름으로 덮여 있어 추웠다. 한 시간을 떨며 구경후 하산, 30분을 달려 스위스 중부 도시 루체른 시내로 진입했다.

스위스 루체른 빈사의 사자상.

루체른 시내에선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 왕가를 끝까지 수호하다가 전멸당한 수백명 스위스 용병의 비극적 전설을 상징, 절벽에 새긴 빈사의 사자상(Löwendenkmal) 앞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사자상은 베르텔 토르발드센(Bertel Thorvaldsen)이 설계하고 루카스 아호른(Lucas Ahorn)이 조각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1792년 8월 10일 프랑스 왕궁인 튈르리 궁전을 사수하다가 전멸한 스위스 용병 '라이슬로이퍼(Reislaufer)'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이 조각상을 세계에서 가장 감동적인 작품이라 극찬했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의 용병으로서 비겁하다고 소문나면 누가 우리를 써주겠는가' 하는 마음에서 다른 용병들은 다 도주했지만 끝까지 고용주와의 계약과 의리를 지키다 죽었기에 그 후손들은 오늘날 까지도 각국에서 최고의 용병으로 대우 받으며 취업하고 있다.

'후손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너무도 잘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도 후손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할 때다. 인구 755만명의 작은 나라 스위스라고 무시한다면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이다. 10만 군사가 백만대군을 무찌른 사례는 수없이 많다. 작다고 우습게 볼 수 없는 것이 스위스다. 빈사의 사자상이 있기에 말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 됐다는 200m 길이의 나무다리 카펠교(Kapellbrücke)를 만났다. 스위스 루체른 주의 루체른 로이스강에 1333년에 놓였다. 원래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시설로 13세기에 요새화 된 팔각형 수상탑(Wasserturm, 바서투룸) 앞을 차가 지난다. 로프공장 구실을 했으며, 매주 시장이 서는 곳이다. 수상탑은 벽돌로 지어졌고, 다리와 비슷하게 뒤덮힌 지붕이 있으며 18세기에는 감옥, 고문실, 감시탑, 금고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된 명물이다.

동화속 풍경을 연상하게 하는 유럽 최고의 목재다리인 스위스 카펠교.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