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고문의 ‘자네, 유럽 가봤나’ <3> 런던 찍고 파리서 '첫날 밤'

런던중심가에 있는 소담한 2층 레스토랑. 런던 방문 첫 식사를 마치고 집사람과 포즈를 취했다.   

15시간의 장도 끝에 도착한 곳. 며칠 전까지 영하의 날씨였다는 런던은 행운처럼 화창했다.

공항에서 런던 시내까지 숲속에는 마을이 잠들어 있었다. 정비상태가 미국 도시에 버금간다. 런던시내 소담한 2층 레스토랑에서 유럽에서의 첫 식사를 했다. 일행은 "빵이 맛있다"고 입을 모았지만 '시장이 반찬' 이었다.

'빵조각'을 진수성찬인 듯 쓸어 담은 일행은 들뜬 마음으로 신발끈을 다시 매고 본격적인 런던투어에 나섰다. 런던시민의 휴식처 하이드파크(Hyde Park), 여왕의 집무실이 있는 버킹검궁전(Buckingham Palace),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템스강의 타워브릿지(Tower Bridge) 등을 순식간에 둘러봤다.

궁전대문의 금장, 금색 독수리 조형물, 붉은색 군복에 검은 모자의 특이한 근위병도 만났다. 평소 존경하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Nelson Rolihlahla Mandela, 1918~2013)의 동상을 붙잡고 많은 생각에 잠겼다.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운동가, 종신형을 받고 27년 여간을 복역하면서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그를 본 것은 감격이다. 그는 아마도 현세기 가장 위대한 인간이 아닐까.

민의의 전당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웅장함에 영국국회의 '권위'가 풍겼다. 우리도 여의도에 웅장하게 국회를 건립했건만, 민의의 대변은 고사하고 꼴불견 행태만 벌이고 있다.

영국인의 자존심으로 권위를 상징하는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사원.  유명한 빅 벤이 보인다.  

의사당 종탑 외벽에 부착된 대형시계 빅 밴(Big Ben)도 봤다. 런던 중심부의 여의도 공원과 같은 도심공원에는 숲이 울창하고, 쉬는 모습은 ‘평화’ 그 자체였다. 여왕은 오늘도 바쁜지 부재중이었다. 궁탑에 여왕기가 아닌 유니언잭이 걸려 있었다.

1753년에 설립돼 컬렉션 규모가 가장 큰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미술사적 가치뿐 아니라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인류학적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장품이 무려 700만 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사람들이 이집트 미이라까지 모아놓은 것을 보고 전율을 느낀다. 제국주의 힘이다.

과거에 세계 유명인사들이 유학했다고 하는 런던 공립대 유니버스티칼리지 앞을 지났다. 일본도 100여년 전부터 많은 유학생을 이곳에 보냈다. 아시아 침략 선봉에 섰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까지 유학한 대학이라니 괜히 분노가 치솟는다.

도착 일 오후 내내 런던투어로 강행군. 저녁 늦게 런던 기차역에서 유로스타(Eurostar)에 탑승했다. 도버터널을 통해 런던과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을 연결하는 국제특급열차다. 런던-파리 2시간 30분, 런던-브뤼셀은 2시간만에 운행한다. 노인티를 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는가. 졸다보니 어느 새 도버해협 지하를 관통, 파리북역에 도착했다. 대기 중이던 버스로 30여 분을 달려 변두리 호텔에서 유럽 첫날 여장을 풀었다.

힘든 하루, 호텔에 입성하자 휴대폰, 카메라 등등 방전된 놈부터 살려야 했다. 전기 코드 규격이 다행히 우리나라와 같았다. '휴 ~.'

'치안이 좋지 않다'는 가이드 안내에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아무도 겁내는 표정이 아니다. 용감한 한국인이다. 가이드는 '노련하게' 경찰서에 투숙여행객을 신고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유비무환(有備無患). 그래도 만용이 될까 나름의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화재에 대비한 손전등, 방범용 호루라기를 침상 머리에 모셨다. 명색이 세이프타임즈 고문인데 안전이 최우선이다.

1984년 1월 10일, 피앙세와 결혼 후 제주도 신혼여행. 당시는 돈도 없었고 '엄한시절'이기에 외국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리고 32년 후, 파리에서 제2의 신혼여행 '첫날 밤'이 시작됐다. <계속>

버킹검궁의 화려하고 웅장한 철문. 제국주의 시절 침략한 나라는 무려 176개국으로 부의 축적으로 만든 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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