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고문의 ‘자네, 유럽 가봤나’ <2> 가는 날이 장날

김영배 고문이 옛 로마황성과 벤허경기장을 뒤로한 언덕위에서 부인 이완실씨와 석양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럽 여행길에는 평생 반려자인 집사람(이완실ㆍ63)이 함께 했다. 서울시청 통역관으로 퇴직한 집사람은 올림픽ㆍ월드컵 기획단에 근무했다. 영어에 능통하기에 어쩌면 유럽 여행길에 든든한 백이나 다름 없었다. 취재를 빙자한 유럽 여행길에 오른 것은 어쩌면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전용통역사를 대동하고 가는 여행길에 불안감은 없었다. 어짜피 24시간 같이 있을 게 뻔하니까.

녹음이 짙어가는 5월을 하루 앞둔 지난 달 30일. 청명한 날, 밤 8시에 맞춰 인천공항에 나갔다. 3층 M카운터에서 여행사 노랑풍선의 유럽전문 인솔팀장을 만나 티켓팅을 한 일행 27명은 밤 11시 10분에 터키항공(TK91)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다. 터키항공은 1933년에 설립돼 국제항공운수협회가 승인한 IOSA 인증항공사다. 유럽항공협회가 선정한 3위의 항공사로서 신뢰가 높아 안심이 됐다. 특이한 건 건장한 남자 승무원들이 많았다. 이쁜 여자 승무원을 기대했던 것은 단연코 아니다.

11시간에 달하는 비행 중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마침 내 유럽땅 초입의 형제의 나라에 도착했다. 그 옛날 조상들간 동북아 흥안령에서 형제처럼 지낸 이들, 우리를 '솔롱고스(무지개)'라 부르는 형제들이 사는 사랑하는 나라 터키의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감동이다.

런던 버킹검궁 근위병이 엄정한 자세로 근무하는 모습에 기상이 느껴진다.

터키에 가면 반드시 국립묘지를 예방하고 6ㆍ25 참전 시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해 준 은혜의 나라, 진정한 우애를 가진 몇 안되는 형제의 나라를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세상에 멋있게 알리려 했다. 하지만 그것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 조용히 묵념만 했다. 구경에만 한 눈 파는 사람들이 다소 야속하긴 했지만, 내가 너무 감상적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3시간을 대기 후 런던행으로 환승했다. 이스탄불공항은 필자가 얼마 전 '서울역 테러진단' 기사를 쓰면서 언급한 적이 있어서 느낌이 새삼스러웠다. 테러의 영향인지 공항의 검색이 세밀했다. 환승 후 다시 4시간 여를 비행, 런던 히드로공항에 안착했다. 런던은 템즈강 유역에 위치한 국제도시. 화려한 역사가 남겨놓은 풍부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공연 등이 올려지는 뮤지컬 콘서트가 있고, 쇼핑을 즐기는 데도 문제가 없는 유혹적인 도시다. 문제는 도착일이다. 속담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5월 1일 메이데이다.

자유와 인권의 나라에서 근로자의 날이라 검색대 인원은 텅텅 비어 있었다. 대기자가 수백명인데 한 명이 앉아 천천히 입국심사를 한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오르고 천불이 난다. 성질급한 한국 사람의 전형을 보인다. 웅성거리길 한 시간 이상. 상부에 전달이 됐는지 몇명이 보강됐다. 여행객 우대를 받아 별도 코너로 입국심사를 받고 빠져나왔다. 화장실이 급한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고는 연발이라던가. 문제는 또 발생했다. 짐을 찾는데 가방 외부가 훼손돼 있어 깜짝 놀랐다. 공항 내 담당부서를 찾아가 서류작성을 하고 새가방으로 변상을 받아 문제는 없었다. 되레 전화위복이 됐다. 전용 통역관인 집사람이 큰 도움이 됐지만, 바쁜 시간속에 힘들었다. 대화도 서류도 복잡했다. 이해 관계가 달린 문제이고, 책임소재가 결부돼 있기 때문일 것이리라. <계속>

베니스 수상택시를 탄 일본 교포 관광객 부부가 도시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탄성을 터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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