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사상 가장 끔찍한 '참사' 국화 한송이로 넋을 기리자

홍제동 화재사고 순직한 6명의 소방영웅 조형물. 은평소방서 제공

'오전 3시 48분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가구 주택 화재, 6명 순직'

2001년 3월 4일 공중파 방송은 긴급속보를 타전했다. 생생한 속보는 믿기 어려운 한편의 영화 같았다. 우리는 3월 4일 그렇게 6명의 '소방영웅'을 떠나 보냈다.

당시 화재현장에 출동한 이성촌 소방관. 그는 여전히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국민대통합위원회 블로그 '슈퍼맨의 따뜻한 눈물'이란 글에는 이 소방관의 당시상황과 현재 심경을 알 수있는 글이 올라 있다.

"지금 그의 몸은 화상 자국이 가득합니다. 1998년 12월 홍은동에서 불이 나 출동했을 때, 역류하는 불길에 휩싸여 전신 35%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2001년 3월 4일에는 홍제동 주택 화재로 동료 소방관 6명이 죽은 사고도 겪었습니다. 한 번에 6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것은 소방사상 처음일 정도로 끔찍한 화재였습니다. 지옥의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그는 먼저 간 동료들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소방관들에게 3월 4일은 '6명의 영웅'을 생각하는 날이다. 고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6명의 동료를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소방관들은 소방활동 현장에서 동료들의 순직과 외상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심리학은 '생존자 죄책감'이라 표현한다. 심리학자 메사키스(Matsakis)는 "외상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했던 행동이나, 하지 않았던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고, 외상을 입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는데 막지 못했을 경우에 '생존자 죄책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백미례씨는 대구지하철 참사를 경험한 소방관의 '외상후 스트레스 (PTSD)' 연구를 통해 "대구 지하철 당시 소방관들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극심한 피로감과 싸우며 인명구조를 했다"며 "하지만 모두 구할 수 없어 죽은 희생자들의 애처롭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무력감'과 '죄책감'의 증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밝혔다.

2014년 11월 제정된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은 5년마다 소방복지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1월 25일 '제1차 소방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소방복지를 위해 △안전한 근무환경 △체계적 건강보건 △합리적 복지환경 △합당한 예우지원 등 4가지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소방관의 복지향상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어떤 실행안이 나올지 지켜 볼 일이다.

서울 은평구 녹번역 4번 출구를 나오면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6명의 영웅적인 모습을 형상화한 추모조형물이 있다.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시민과 소방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 김기석ㆍ김철홍ㆍ박동규ㆍ박상옥ㆍ박준우ㆍ장석찬 소방관.  '진정한 영웅'이 된 그들이 '하늘의 별'이 돼서 후배소방관의 '수호천사'가 됐다고 믿고 있다.

소방관이 느끼는 생존자 죄책감 등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 시민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희생정신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소방관들을 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 가벼운 인사를 하자. 화재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차를 보면 길을 양보하자.

소방관의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작은 실천이 6명의 '소방영웅'에 바치는 홍은동 참사 15년에 바치는 '국화' 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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