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며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며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로 중소기업 혼란 가중·현장관리 소홀

지난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되며 중소 업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으로 중소 건설업체들의 안전·보건 관리자들이 중대재해법 대비 서류 작성에 몰두하고 있는 탓에 정작 시설물·노동자 관리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충분히 대비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 목표와 중대재해 비상연락망 등 일종의 면피성 서류 작성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당국에서 가장 먼저 해당 기업의 안전관리 서류 조사에 착수하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시의 한 레미콘 업체는 최근 중대재해법 대비를 위해 안전·보건 관리 서류만 37종을 새로 만들었다.

한 중소 건설업체 안전보건팀장은 8시간 일과중 절반가량을 서류 작업에만 몰두해 현장 관리 시간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고령의 현장 노동자들에게 일일이 안전·보건 관련 메뉴얼을 설명하다 보니 정작 위험 시설물 대비는 소홀해져 사고 발생 위험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를 예방하고 노동자 안전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확대 시행된 법이지만 기업들이 구색 맞추기식 서류 작업만 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류 작업을 시작하려 해도 어떻게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는지 일정한 기준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엔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를 대비해 메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메뉴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최대한 다양한 서류를 준비하자며 '중대재해 발생 시 조치 메뉴얼', '중대재해 방지대책 수립 절차' 등 비슷한 내용의 서류를 마구 찍어내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규모·업종별 적용 기준 차이도 없어 중소기업들은 무작정 대기업들의 경영 방침, 비상 훈련 보고서 등을 참고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일거리가 없으면 쉬는 소규모 회사들이 갑자기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절차를 무턱대고 답습하다 보니 현장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인원도 부족해 서류 준비조차 못하고 있다. 

중소 건설업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이후 중소기업들은 면피성 서류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고를 줄이려면 현장 순찰을 늘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나온 14건의 1심 판결에서 원청 업체 사업주나 대표이사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 세이프타임즈
▲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나온 14건의 1심 판결에서 원청 업체 사업주나 대표이사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 세이프타임즈

◆ 중대재해법 1심서 업체 대표 14명 모두 유죄

2022년 중대재해법이 처음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나온 14건의 1심 판결에서 모두 원청 업체 사업주나 대표이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이 가운데 10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무거운 형이 선고된 사례로는 2022년 3월 한국제강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이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진 사고에 대한 재판으로 대법원은 성형식 한국제강 대표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2022년 2월 독성 공업용 세척제를 사용하는 두성산업 노동자 16명이 급성 독성 간염에 걸린 사고에 대해선 법원은 천성민 두성산업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해당 업체가 유해물질을 사용하면서 국소 배기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천 대표의 안전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2022년 5월 하청 노동자가 굴착기와 담장 사이에 끼여 숨진 사고에 대해선 류진철 만덕건설 대표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법원은 류 대표가 출입 금지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배치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 중소기업·소상공인 위한 중대재해예방 컨설팅·기술지원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확대되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3년 평균 매출액 120억원 이하인 제조 소기업에게 업체당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해주는 중대재해예방 바우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들은 작업 환경 위험성 평가, 노동자 보건 관리 같은 컨설팅과 기술 지원 등을 오는 29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산업안전상생재단은 기업들의 산업안전 전문가 컨설팅이나 안전 장비 구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지원 대상은 200곳으로 지난해 108곳 대비 두 배가량 늘려 혜택의 폭을 넓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사업장 위험 수준을 확인하는 자가 진단 테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위험 자가 진단을 마친 후 위험성 평가 컨설팅, 안전장비·시설 등에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해주는 클린 사업 등을 신청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1544-1133으로 문의하면 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으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영세사업자들에게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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