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공사비 상승 등 악재 겹쳐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 분양 후 건설사들로부터 연체된 토지 대금이 올해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 LH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 분양 후 건설사들로부터 연체된 토지 대금이 올해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 L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를 분양한 후 건설사들이 토지 대금을 미지불해 연체된 금액이 지난해 7월 1조원을 넘긴 후 올해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23일 LH에 따르면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로부터 연체된 금액은 전체 45개 필지에서 1조5190억원이다.

LH 공동주택용지 연체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10년 만이다. 2022년 말 7492억원이었던 연체금액의 2배가 넘었다.

택지는 일반적으로 주거용 또는 부수건물의 건축용지로 이용할 수 있는 토지다. 주택을 건설하거나 도로, 공원, 학교 등의 기반시설, 상업·업무시설 등을 설치하기 위해 정해진 땅이다.

LH 택지는 민간 택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인·허가를 받기 쉬워 여러 건설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오른 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 시행사는 2022년 6월 남원주 역세권 필지 두 군데를 2958억원에 낙찰받았지만 석 달 뒤 건설 경기가 둔화됐다. 사업성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통상적인 가격보다 고가에 택지를 사들인 해당 시행사는 결국 계약금 295억8000만원을 날리고 사업을 접었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지급 보증한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2022년 10월 부도를 내면서 금융 조달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됐다.

공사비는 2021년과 비교해 10% 넘게 급등했다. 공공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공사비 상승분만큼 시행사 이익은 감소한다. 해당 시행사의 토지비용과 금융이자 연체액은 800억원에 달했다.

계약이 해지된 남원주 땅 2곳은 지난해 8월 재입찰이 진행됐다. 해당 토지의 최종 낙찰 가격은 1403억원으로 2022년 토지 가격의 절반 수준이었다.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판단해 택지를 매입했지만 경기 악화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대금 납부에 부담을 겪자 건설사들이 수백억원대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입 계약을 취소한 것이다.

일각에선 LH 토지 계약해지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토지매각대금 연체액이 6조9281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년 전 연체된 2조689억원의 3배가 넘는다.

지난 15일 기준 파주 운정지구 7개 필지에서 모두 5439억원의 연체금이 발생했고 성남 복정1지구의 2개 필지 미납금액도 2962억원이었다. 인천 검단·영종·청라 등은 11개 필지에서 모두 2253억원가량이 연체됐다.

만약 건설사들이 6개월 이상 토지대금을 연체하면 기한이익 상실 통보를 받고 유예기간을 거친 뒤 택지 계약이 해제된다.

LH의 신규 공공택지 입찰의 인기도 낮아졌다. 지난해 새로 분양한 공동주택 63개 필지 가운데 13개는 입찰에 실패했다. 3기 신도시 경기 고양창릉 공공주택지구 C-1블록과 여의도성모병원 인근 토지 등의 경우 입찰자가 없었다.

LH는 신규 택지 매각으로 손실을 보전하고 부채 비율을 개선해 왔기 때문에 최근 연이은 택지 매각 사업 부진으로 LH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H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협조해 전매제한 완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택지 매수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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