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비영리단체 기후대응정책 평가서 '최하위'
사업장 전력사용 등 간접배출 감소만 중립 목표
공급망 탄소량은 제외해 중장기적 '공약'에 불과
환경부 녹색기업 지정 취소 등 신뢰도 추락한 듯

▲ 삼성전자가 기후 대응 전략에 대한 평가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 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기후 대응 전략에 대한 평가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탄소중립 공약 등 기후 대응 전략에 관한 평가에서 글로벌 주요 기업 가운데 최하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비영리단체 기후 싱크탱크 신기후연구소(NCI)와 탄소시장감시(CMW)는 24개의 글로벌 기업의 기후 공약을 평가한 '기업기후책임모니터 2023' 보고서를 발간했다.

평가 대상은 자동차·철강·전자 등 주요 산업 분야 8개 부문별 2021년 기준 연 매출 순위 3위까지의 24개 기업이다. 이들은 세계 500대 기업이 내는 수익의 10%를 벌어들이고 탄소 배출량도 2019년 기준 세계 배출량의 4%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기업들은 기후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그린워싱'을 시도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린워싱은 회사가 친환경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 홍보 등으로 기업을 친환경 이미지로 포장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위장 환경주의'다.

NCI는 "환경 리더라고 자부하는 글로벌 기업 24개사의 기후 전략은 굉장히 부족하고 애매모호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합의한 양의 탄소를 2030년까지 감축해도 지구 온난화를 막기에 부족하다. 올해 기준으로 지구 온도를 섭씨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보고서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하위권인 '매우 낮음'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50 탄소중립 선언'과 'RE100' 가입 등으로 신환경 경영전략을 발표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당시 삼성전자는 생활 가전과 모바일 부문에서 먼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2050년까지 모든 사업 부문에서 적용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앞으로 탄소 간접 배출의 감축 목표를 중장기로 설정하고 공급망·자원순환·물류 등에서 감축 과제를 발굴할 방침"이라며 "2021년도에 1700만톤의 탄소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NCI는 "그 1700만톤을 감축한다 하더라도 2021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가치 사슬 배출량의 14%정도밖에 안된다"고 일축했다. 감축 목표인 1700만톤의 탄소는 직·간접 배출량만 포함됐고 공급망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은 빠졌다는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해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 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해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 삼성전자

NCI는 보고서에서 "삼성의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는 배출원과 제품 생산라인의 탈탄소화 조치 등 중장기적 공약일 뿐"이라며 "단기 계획은 아직 명확히 드러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의 환경경영은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지구적인 노력에 비해 미흡하다"며 "삼성의 탄소 중립 공약은 충분치 않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직접 배출과 사업장에서의 전력 사용 등의 간접 배출 감소만 탄소 중립 목표로 삼았다. 유통이나 제품의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감축은 목표에서 제외됐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진행하는 탄소 단기 감축도 실천 방안이 불분명하다. 삼성전자가 탄소 배출원에 대한 배출량 감소 방안을 제시했지만 구체적 실천 방안은 모호하다는 게 NCI의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생산 과정의 탄소 직접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되는 가스 처리시설과 반도체 라인에서의 탄소 포집 신기술에 투자할 예정이다.

공급망 부문에서도 삼성전자는 폐전자제품 수거 시스템 확대와 배터리의 광물 재사용 등을 개선 방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 감축량에 대한 세부 사항이 부족하고 적용 범위가 불명확하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릭소스 마리나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릭소스 마리나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공개된 자료의 투명성도 문제가 됐다. NCI는 "삼성전자가 2021년에 탄소를 1억4300만톤가량 배출했지만 일반 공개 자료엔 전체 배출 추정량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제품 공급망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2021년 세계 배출량의 86%나 된다"며 "이 정보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사이트에 등록해야만 제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21년 삼성전자는 하남과 광주2사업장에서 오염물질 배출량 자가 측정자료를 조작한 것이 적발돼 환경부의 녹색기업 지정 취소를 받았다. 2021년에 이어 환경 관련 자료 투명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 프랑스 소매업체 까르푸, 브라질의 육류 가공업체 제이비에스(JBS) 등이다.

아마존·폭스바겐·펩시콜라·메르세데스 벤츠 등 15개사는 한단계 위의 '낮음'을,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8개 회사는 바로 위인 '보통'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 등급을 받은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며 "환경이 최대 이슈가 된 만큼 각 기업들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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